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5일 "지금까지 조사해본 결과 돈을 목적으로 김씨를 납치한 무장조직이 몸값 흥정에 실패하자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에게 김씨의 신변을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스 자마르 요르단 주재 알 자지라 지국장도 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이 맘에 들지 않자 더 많은 돈을 제시한 국제테러단체(유일신과 성전)에게 김씨를 넘겼을지 모른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스티븐 파렐 기자도 4월8일 이라크 팔루자 인근에서 취재하다 알리바바(도적)에 납치된 뒤 무자헤딘에게 넘겨졌다 풀려난 적이 있다. 파렐 기자는 "이라크에는 테러리스트, 알리바바, 바트당원, 이슬람주의자 등 수많은 종류의 무장조직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협조 관계"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 6월 초 AP가 입수한 비디오테이프와 알 자지라가 21일과 23일 방영한 테이프를 비교하면 납치범들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알 자지라의 테이프에는 유일신과 성전을 상징하는 노란색 원형과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고, 무하마드는 알라의 사도'란 뜻의 아랍어 문구가 담긴 검은 깃발이 등장한다. 반면 AP의 테이프에는 아무 것도 없는 시멘트벽만 보일뿐이다.
알 자지라의 테이프에 등장한 무장괴한들은 모두 총으로 무장한 채 김씨를 위협하는 모습이었다. 김씨도 죽음을 예상한 듯 "나는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등 극도의 공포감에 떨었다.
그러나 AP의 테이프에서는 무장한 괴한들이 보이지 않는다. 납치범의 목소리도 위협적이거나 격앙된 톤이 아니다. 김씨도 비록 얼굴엔 불안한 기색이 보이지만 납치범의 질문에 비교적 침착하게 대답하는 등 절박한 모습이 아니다.
또 AP의 테이프에 나오는 납치범들은 납치목적을 밝히지 않는 등 엉성한 모습이었다. 알 자지라의 테이프에 나오는 무장괴한들은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를 살해할 때처럼 납치목적, 석방조건, 살해조건 등을 명확히 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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