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행복좇는 ‘거짓말게임’… ‘대단한 유혹’

  • 입력 2004년 6월 1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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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단한 유혹’은 ‘대단한 거짓말’이 잔뜩 담긴 작품이다.

캐나다 퀘벡 주에 있는 한적한 섬. 어업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120명의 주민들이 연금으로 겨우 연명하는 죽은 섬으로 변한다. 섬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공장을 유치하는 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내건 조건, 즉 5년간 섬에서 근무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궁핍하고 외딴 이 섬에는 15년 동안 의사가 없었다.》

마침내 주민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던 ‘대어(大魚)’가 찾아온다. 성형외과 의사 루이스(다비드 부탱)가 마약 소지 혐의로 감옥에 가는 대신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의료봉사를 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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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을 속이기 위한 120명의 ‘집단 거짓말’. 그러나 영화는 거짓말이 때로는 유쾌한 판타지와 웃음으로 전이(轉移)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지닌 독특한 유머감각 때문이다. 거짓말쟁이들은 괴롭고, 속는 사람은 마냥 행복하다.

루이스를 ‘사로잡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낡은 집을 수리하고, 루이스가 좋아하는 크리켓 게임을 하고, 소음으로만 느껴지는 재즈를 듣는다. 루이스의 취향을 알기 위해 방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가 하면 그에게 공돈을 줍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매일 그가 다니는 길목에 지폐를 떨어뜨린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거짓말과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것은 바로 거짓말쟁이들의 삶에 흐르고 있는 정직함이다. ‘거짓말 게임’의 총 연출자격인 저맹(레이몽 부샤르)은 “연금보다 봉급을 받고 싶다. 지금은 새벽에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연금이 아닌, 자신의 노동이 만들어 내는 정당한 대가와 상처받은 자존심의 회복이다.

그런 점에서 작품의 도입부는 인상적이다. 고된 노동과 귀가, 아내와의 열정적 섹스, 그리고 만족스러운 담배 한 모금…. 영화는 과거 행복했던 주민들의 하루를 구체적 장면으로 묘사하지 않은 채, 내레이션과 온 마을의 굴뚝이 함께 연기를 뿜어내는 익살스러운 판타지로 건강한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는 루이스가 도시에 사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는 등 개인적 불행을 겪으면서 한 차례 반전(反轉)을 맞는다. 계획대로 ‘대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지만 루이스를 친한 친구로 여기게 된 주민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마을 주민들이 가장 괴로워한 거짓말은 무엇일까. 아이스하키가 아니라 크리켓을, 록이 아니라 재즈를 억지로 좋아하는 척했다는 점이다. 취향의 문제다.

이처럼 영화는 평범한 이들의 숨결이 담긴 생활과 동화적 상상력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묻는다. 혹 그것은 루이스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매일 지폐 한 장을 줍던, 그 ‘우연한 행운’이라는 착각은 아니냐고 묻는다.

500여편의 광고를 만든 CF 연출자 출신인 장 프랑수아 폴리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2004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배우와 감독은 낯설지만 뜻밖에 주운 지폐 한 장처럼 관객을 유쾌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25일 개봉. 전체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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