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영주/‘中國연구’ 정부기구 설치해야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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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000달러를 넘어섰고 세계4위의 무역대국으로 부상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대상국이 됐다. 한중간 교역규모는 579억달러로 1980년대에 비해 무려 1000배나 증가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2만5000여개에 이른다.

중국은 더 이상 싸구려 잡화제품이나 만들어내는 나라가 아니다. 첨단제품을 만드는 세계적 생산기지이자 세계 최대의 잠재력을 가진 소비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을 놓고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 중국경제가 과연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 물론 그렇다. 베이징(北京)시의 금년 1·4분기 성장률이 13.2%다. 대도시 지역의 고성장을 감안하면 중국경제는 올해에도 최소 8%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중국은 잠자는 거인이다. 그를 자게 하라. 그가 깨면 세계가 떨 것이다”라고 했다. 물론 중국도 투자의 비효율, 높은 실업률, 연안과 내륙간의 격차, 그리고 소비에 의한 경제성장 방향설정 등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이미 잠에서 깨어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발전을 우리는 위협이 아닌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중국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동아시아 비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중국을 잘 안다는 고정관념을 떨쳐야 한다. 불파불립(不破不立), 낡은 것을 혁파하지 않으면 새 것을 세울 수 없다는 정신으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외교관과 경제관을 확립해야 한다.

중국은 국무원 산하에 3000여명의 인재로 하여금 한반도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게 하고 있다. 중국과 전쟁을 치른 적이 있는 베트남은 중국공략을 위해 연간 200∼300명씩 중국 연수를 보낸다. 우리는 어떠한가.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 ‘중국 중시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피상적 논의만 무성할 뿐 정작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과 연구는 태부족이다.

중국 인구가 13억명이니 비누 하나씩만 팔아도 13억개라는 식의 뜬구름잡기, 사전준비 부족 등으로 인해 수많은 중국 진출기업이 ‘쓴 맛’을 봤다. 중국에 대한 이런 몰이해와 쓸데없는 우월감 등이 우리로 하여금 급변하는 대륙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하게 한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감기에 걸린다는 얘기가 계속되는 것도 결국 중국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한중 동반자 시대의 개막을 선포하고 10대 협력과제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중관계의 정확한 밑그림도 그릴 수 있다. 이는 민간단체와 공공기관, 그리고 정부가 함께 중국연구에 나설 때 가능한 일이다. 이 점에서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전담기구를 마련해 중국과 관련된 업무와 정책을 일원화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인맥과 의리, 관계를 중시하는 나라다. 그들과 함께 얼굴을 맞대고 땀 냄새를 맡으며 그들의 오랜 친구로 살아 온 전문가들의 힘을 모으고 새롭게 전문가를 키워가는 노력을 기울일 때만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이영주 대우경제연구소 회장·베이징대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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