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스텝포드 와이프’ 시사회서 만난 니콜 키드먼

  • 입력 2004년 6월 10일 19시 31분


코멘트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성공한 남성들에게 최고의 아내는 ‘트로피 부인’이라던가.

파티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을 받으며 남편을 빛내주는 그런 아내. 그러나 뒷심 약한 남성들에게 아주 잘 나가고 예쁘고 자신감 넘치는 부인은 오히려 공포의 대상인가 보다. 이런 남성들이 한번쯤 꿈꿔보았을 세상이 미국 뉴욕 부근의 코네티컷주 스텝포드에 있다.

미녀 아내들은 언제나 화사한 옷차림에 우아한 미소를 띠고 있다. 남편 모시는 데는 선수다. 식탁 정리하기, 컵케이크 굽기, 잔디 깎기 등 집안일에 여념이 없다. 완벽한 아내다. 섹스까지도.》

프랭크 오즈 감독의 새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Stepford Wife)’는 아내에 눌려 사는 남편들을 약 올리려는 것인가, 아니면 대리만족시켜주려는 걸까. 둘 다 아니다. 와이프들에겐 비밀이 있다. 그들은 남편 말을 잘 듣게 하는 칩을 머릿속에 갖고 다니는 로봇인간이었다. 만화 같은 이야기가 섬뜩하기도 하다.

뉴욕 TV 방송사의 잘 나가던 최연소 여사장이었던 조안나 에버하트(니콜 키드먼)가 난데없이 자리에서 쫓겨나 남편 월터 크레스비(매튜 브로데릭)와 함께 스텝포드로 이사 왔다가 벌이는 소동이 줄거리다. 아이라 레빈의 동명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1975년 브라이언 포브스 감독은 같은 소설을 스릴러로 선보였다. 코믹터치의 새 영화에는 요즘 뉴욕에서 유행하는 유머가 많이 나온다. 시사회 때 뉴요커들은 대사와 표정 하나하나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국내에선 올 가을에 개봉된다.

11일 미국 개봉에 앞서 3일 뉴욕 맨해튼의 에섹스하우스 호텔에서 니콜 키드먼(37)을 만난 기자들은 영화에서처럼 집안 살림을 잘 하는지부터 물어보았다.

“요리는 정말 좋아해요. 바느질이나 뜨개질은 잘 못해요. 참,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도 잘 하고 맥주와 와인 병마개도 잘 딴답니다.” (웃음)

지난 4년간 영화 10편에 출연했을 정도로 일벌레인 키드먼은 영화 속 야심만만한 성공여성과 닮았을까.

“성공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다양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죠.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데 충실하려고 해요.”

3년 전 헤어진 톰 크루즈와의 10년 결혼생활 중 입양한 아이가 이제 12세, 10세가 됐다. 아이들에게 신경 쓰는 것은 여느 엄마 못지않다.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냅니다. 영화 촬영에 보통 3개월이 걸리는데 이번 영화는 5개월이나 걸려 아이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노력하지요.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보면 ‘제발 아이들은 찍지 말라’고 사정도 하고요.”

‘이혼 후 일에 매달리고 있다’는 그녀에게 남자 얘기가 빠질 리 없다. 크루즈와의 이야기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기도 해요. 그렇지만 어떤 남자를 찾고 있는지는 나도 몰라요. 완벽한 것은 싫어요. 20대엔 쉬면서 일했는데 그때가 좋았죠. (크루즈와는) 2주 이상 떨어져있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아이도 일찍부터 갖고 싶었는데 이런 게 모두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 환상이었죠.”

지난해 ‘디 아워스(The Hours)’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톱스타이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키드먼에게는 출연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프로듀서스(The Producers)’를 내년 2월 스크린으로 옮길 때 매튜 브로데릭과 다시 짝을 맞출 것이란 소식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