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개미광 시대’ 펴낸 만화가 홍승우씨

  • 입력 2004년 6월 6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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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기자
김동주기자
자기 가족을 모델로 삼은 명랑가족만화 ‘비빔툰’의 홍승우 작가(36). ‘비빔툰’의 ‘현부양부(賢父良夫)’ 이미지를 떠올리는 팬들에게 그가 최근에 낸 ‘개미광 시대’(학산문화사)의 엽기발랄은 충격에 가깝다. 이 만화에는 ‘썰렁한’ 언어유희, 피튀기는 폭력, 섹스코드, 화장실 유머, 패러디가 숨돌릴 틈도 없이 비빔밥처럼 섞여 있다.

‘개미광…’은 1997년 1월부터 1년6개월간 만화격주간지 ‘영점프’에 연재됐다가 출판사 사정으로 단행본으로 나오지 못한 작품. 4일에 만난 홍씨는 “꼭 책으로 내고 싶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제목의 의미는.

“‘광’은 미칠 광(狂)이다. 춤으로 치자면 이 작품은 ‘막춤’이다. 특별한 주제도 없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그린 원맨쇼다. 나에게 원고료가 아닌 즐거움을 준 작품이다.”

-‘놀고먹는 개미들’이 만들어내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개미’하면 서로 협동하고 ‘바른 생활’ 하는 성실한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는가. 초등학교 시절 마당에서 돋보기로 개미들을 관찰하거나 태워죽이기도 하면서, ‘모든 개미가 과연 이렇게 일만 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작품을 연재했을 당시의 자신과 지금의 차이는.

“짓궂은 면은 같다. 순간순간 드러나는 섹스코드나 까부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세상 물정도 많이 알게 됐다. ‘개미광…’을 또 연재하더라도 이런 감각이 다시 나올지는 모르겠다.”

-이런 엽기발랄의 작품을 또 하고 싶은가.

“7년째 한 일간지에 ‘비빔툰’이라는 현실적인 만화를 그리다보니 상상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치고 싶어졌다. 신문 만화는 아무래도 자기 검열을 많이 하게 된다. ‘콘돔’이라는 말만 나와도 항의가 들어온다.”

-2001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2003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한국만화 특별전’ 초청 작가에 선정됨으로써 한국의 대표적 젊은 작가로서 자리를 굳힌 듯하다.

“남들이 넓은 하늘을 쳐다볼 때 나는 돌 밑에서 일어나는 작고 사소한 일들을 만화로 그린 점이 호응을 얻었나보다. 돌 밑도 하나의 우주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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