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엔 돈 안 움직였다…‘반짝특수’ 바라던 업종 썰렁

  • 입력 2004년 4월 15일 0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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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선거철이 와도 돈이 안 풀리네….”

17대 총선을 치르면서 시장 상인들은 이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극심한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선거 ‘반짝 특수’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특수를 누려 온 여행업 인쇄업 등에서도 현금이 풀리는 기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행사 경력 16년인 인터넷여행사 넥스투어의 고기동 영업본부장은 “총선 때마다 전세버스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몰리던 국내관광 수요는 올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국내여행 특수를 누렸던 국내 여행사들은 총선을 앞두고 봄나들이 관광객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

인쇄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인쇄업을 하고 있는 김병기씨(60)는 “예전에 총선이 있으면 그해 매출은 평년의 2, 3배로 늘었다”면서 “올해는 선거와 관련된 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인쇄업 25년 동안 올해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행 등 금융권의 자금흐름에도 특별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A은행 소매금융팀 관계자는 “최근 은행 예금이 많이 빠져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시중금리가 내리면서 수익률이 높은 펀드 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면서 “4월 들어 자금의 흐름은 선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개인의 손에 쥐여진 현금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양을 보여주는 현금통화는 올해 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통화는 1월 21조1000억원에서 2월 19조8000억원, 3월 19조2000억원 등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吳文碩) 이사는 “현금통화로 정확하게 잡히지는 않지만 과거 총선 기간에는 수천억원 단위의 현금이 풀렸던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1992년 이후 4차례의 총선을 치르면서 이 규모는 점점 줄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는 그 규모가 현격히 줄어 선진국의 선거 형태로 접근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후보자에게서 돈을 받은 사람까지 처벌하는 등 역대 어느 선거보다 엄격해진 선거법을 돈이 풀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일시적 경기부양 효과가 있더라도 결국 불합리한 자금흐름에 따른 경제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했던 선거 특수가 없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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