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1100℃열기-30m높이 火魔와 사투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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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김성규특파원
쿠웨이트=김성규특파원
이미 여름을 방불케 하는 사막더위가 시작된 이라크 남부 루메일라 지역은 2일 오후(현지시간) 불타는 유정(油井)으로 더 뜨거웠다. 유정 두 곳이 약 2㎞를 사이에 두고 서로 경쟁하듯 30여m 높이까지 불을 뿜어내고 있다. 검은 연기가 수십㎞ 밖에서도 보였다.

각국 기자 30여명을 태운 4대의 미군 군용 트럭은 쿠웨이트-이라크 국경을 넘은 뒤 비포장 도로를 2시간이나 달려서 도착했다. 유정을 태우는 불의 온도는 섭씨 약 1100도. 200여m 떨어진 곳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연합군측은 이라크 전체 1400여개 유정 가운데 루메일라 지역의 유정 600개를 장악했다. 이 중 9개만 불이 붙었다. 7개는 진화됐고 남은 것은 2개뿐이다.

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군이 퇴각하면서 741개의 유정에 불을 지른 것에 비하면 연합군으로서는 큰 성과다. 절반에 가까운 유정을 ‘접수’한 덕에 2월 말 12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39.99달러를 기록했던 국제 유가가 2일 28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화재 진압에는 미 국방부와 계약한 유전 화재 진압 전문 기업인 미국의 ‘부츠앤드쿠츠’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1978년에 설립돼 텍사스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유정 화재 진압 전문가 13명을 파견했다.

현장에는 ‘핼리버튼’이라고 쓰인 재킷을 걸친 미국인도 눈에 띄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이 백악관 입성 전인 2000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석유회사로, 이라크 석유 재건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대형 석유사의 퇴직한 경영자인 도널드 헵번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이라크 유전 개발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전했다. 첫째는 부츠앤드쿠츠사의 주도로 유정 화재를 진압하는 것. 루메일라 유전의 경우 이 첫 단계는 2, 3일 안에 완료된다.

다음 단계는 미국과 유럽의 석유사들이 원유 생산 인프라를 복원하는 것. 마지막은 이들 회사들이 이라크 국영 석유회사와 손잡고 앞으로 10년 안에 산유량을 하루 600만배럴로 늘리는 것이다. 현재의 3배 이상 규모다.

유전담당자들은 유정의 불을 끄는 과정을 설명했다. 수백만L의 물을 불 위로 뿌려 열기를 줄인 뒤 가까이 접근해 폭발물을 터뜨린다. 폭발하는 순간순간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화력이 급속히 약해진다.

이때 기름이 솟는 구멍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 유전에는 용수시설이 없기 때문에 미군은 그동안 쿠웨이트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탱커로 실어 날랐다. 유전 재건작업을 총괄하는 미 육군 공병단 로버트 크리어 준장은 “미군의 임무는 이라크의 유전을 복원해 이라크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해 말했다.

쿠웨이트=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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