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남정/새 교육부총리의 ‘숙제’

  • 입력 2003년 3월 6일 2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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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파격적인 장관 인사를 단행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교육부총리 인사는 매듭을 짓지 못해 차일피일 시간만 끌어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교육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그동안 교육부총리 자리를 맡은 인물들은 현장 교사들이 나이가 많아 자질이 부족하다고 충원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정년을 단축하더니 결국은 환갑이 지난 사람들을 자질 검증을 하지도 않고 기간제 교사로 불러들였는가 하면 회초리 길이나 정해 내려보내는 정도였다. 이러니 대통령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뽑으려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육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일선 학교 위주의 행정을 펴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입시제도를 바꿀수록 현장교육은 망가졌고 학교행정에는 간섭이 더 심해졌으며 공문서만 많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어느 행정에서나 국가가 추진해야 할 것이 있고 일선기관이 할 것이 있다. 국가 차원의 일을 수행해야 할 사람이 최말단의 일거리에나 관심을 갖는다면 그 사람은 그런 곳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또 장관이 그런 일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면 차라리 기초단위 기관의 책임자를 장관 자리에 앉혀야 한다.

우리나라 학제의 골격은 수십년간 한번도 바뀌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이 낮고 기술인력이 부족할 때 실업고교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실제 실업고교는 그동안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배출할 정도로 우수 인재들을 양성해 왔으나 이제는 학교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학부모들은 국내 교육에 만족하지 못해 해외유학 경비로 지난 한해 무역흑자의 42%인 5조7000억원을 쏟아 부었고 공교육이 부실해 과외비로 연간 17조원을 썼다. 고교생들은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지방대들은 정원 미달로 문을 닫을 판이다. 대학 졸업생을 채용한 기업은 재교육을 시켜야만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형편이다. 인문계 고등학생이 ‘1/2+1/3’도 풀지 못할 정도로 학력이 낮아지고 있는데도 교장들은 이들에게 버젓이 고교졸업장을 주고 있다.

교육부총리 자리에 앉으면 대학입시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어떻고, 학생회와 학부모회를 어떻게 한다는 등의 일은 일선 교장에게 맡겨야 한다. 명색이 한 나라의 장관이라면 100년을 내다보는 큰 설계를 마련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가차원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학제에 손을 대야 한다. 교원양성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학교의 교육내용도 재검토해야 한다. 대학의 운영, 특히 국립대학은 조직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중간 교육행정기관인 시도 교육청과 시군구 교육장 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

세계가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는 시대에 걸맞게 교육의 국제교류도 개방해야 하며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북한과의 교육 교류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남정 인천 영일외국어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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