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리포트]브로드웨이는 세일 중

  • 입력 2003년 1월 9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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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를 본떠 만든 할인쿠폰.동아일보 자료사진
달러화를 본떠 만든 할인쿠폰.동아일보 자료사진
미국의 연말연시 세일은 길기도 하다. 11월말 추수감사절 세일로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세일,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 신년 세일로 이어진다. 세일 기간 중 백화점 등을 찾는 고객들이 지갑을 여는 것을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브로드웨이의 제작자들이다.

“저렇게 돈을 쓰면 공연은 어떻게 보러 오려나. 우린 1, 2월 또 공치게 생겼네.”

뉴욕은 겨울에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신년맞이 카운트다운 행사가 벌어진 타임스스퀘어를 메운 50만 인파 대부분은 관광객들이었다. 그렇지만 맨해튼을 달리는 빨간 관광버스의 위칸에는 두툼한 외투와 장갑으로 중무장한 어린이들만 타고 있을 뿐이다. 요즘은 뉴욕 관광 역시 겨울잠을 자는 기간이다.

1월과 2월은 브로드웨이 제작자들에겐 ‘가장 잔인한 달’이다. ‘물좋은’ 4월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적지 않다. 제작자들은 공연장의 그 많은 좌석을 무슨 수로 채울까 고민이다. 미국 극장·제작자연맹 제드 번스타인 회장은 “몇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 “당신에겐 싸게 해드리죠”

이 연맹이 다시 꺼내든 유혹의 도구는 할인 쿠폰책이다. 1월 5일부터 3월 16일까지 겨울시즌용이다. 쿠폰책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로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쿠폰이 있으면 24개 공연에서 25∼50%를 할인받는다. 작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은 ‘서럴리 모던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의 경우 100달러짜리를 65달러에 구할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의 100달러짜리 표는 요일별로 45∼55달러에 살 수 있다.

연맹측은 6일 오후 맨해튼의 그랜드 센트럴역에서 음악회를 하며 쿠폰책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뿌렸다. ‘레미제라블’ ‘시카고’ ‘모던 밀리’ 출연진의 퍼포먼스가 곁들여졌다.

이 쿠폰책은 앞으로 그랜드센트럴 역이나 타임스스퀘어 고객센터에서도 배포되며 전화(1-800-456-8369)와 인터넷(www.ilovenytheater.com) 신청자에게도 보내준다. 쿠폰책이 없더라도 전화주문시엔 코드 ‘ILNY5’를 말하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주문시 티켓마스터(www.ticketmaster.com)엔 할인코드 ‘MILNY5’를 쳐넣으면 되고 브로드웨이오퍼(www.broadwayoffers.com)에는 할인코드 ‘ILNY5**’(**는 제목의 첫 두글자인 경우가 대부분)을 입력하면 된다. 이런 쿠폰이 없이 싼 표를 구하려면 할인표 매표소에서 몇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맨해튼 남쪽에 있는 중급 규모(100∼500석)의 공연장들인 오프 브로드웨이도 할인행사에 동참했다. 배우와 관객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드 라과르다’를 포함해 20종의 공연이 브로드웨이 할인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할인안내장을 창구에 제시하거나 전화 인터넷 주문시 할인코드(ILNY6)를 대면 50달러짜리 정규 티켓을 35달러에 살 수 있다.

● “당신 나라 배우 보러 오세요”

1일부터 버지니아 시어터에서 선보인 뮤지컬 ‘플라워 드럼 송’은 토니상을 받았던 중국계 데이비드 헨리 황의 소설을 토대로 이민자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 이 뮤지컬에는 아시아 배우들이 두루 출연하고 있으며 브로드웨이 흥행작 ‘미스 사이공’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리아 살롱가가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제작진은 이런 특성을 감안해 아시아계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제작자 벤 모르데카이는 “2월1일 설을 앞두고 아시아인들의 거주지역을 대상으로 홍보를 활발히 하고 있다”면서 “매주 일요일 오후를 ‘가정의 날’로 정해 가족단위 관람객에게 할인해주고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극장별 전략’

공연장마다 관광객들보다 뉴욕과 주변도시 주민들을 겨냥한 판촉에 나서고 있다. 뉴욕시 관광진흥 책임자인 크리스틴 니컬러스는 “‘9·11테러’ 이후 국내와 해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어 처음으로 뉴욕 일대의 주민들을 겨냥한 공연홍보와 판촉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공연관람객 중 뉴저지주, 코네티컷주를 포함한 뉴욕 일대 주민이 관광객들보다 더 많아졌다.

일부 극장은 공연을 보고 일찍 집에 갈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차례는 오후 7시에 공연을 시작하는 등 고객 모으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뮤지컬 ‘뱀파이어 춤’은 TV 광고를 시작했다. ‘오클라호마’는 특정일에 할인을 해주는 별도의 겨울 세일에 나서는 한편 우편물 광고도 하고 있다.

● 관객 줄어도 수입은 증가

브로드웨이 관객은 지난해 1141만명으로 ‘9·11 테러’ 이전인 2000년의 1201만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요금 인상 덕택에 공연장 수입은 7억710만달러로 2000년의 6억6350만달러를 훨씬 넘어섰다. 지난해 공연작품 수는 뮤지컬 13개를 포함해 46개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다. 38개의 극장 가운데 현재 33개가 공연을 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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