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이태현 다시 이룬 ‘장사의 꿈’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54분


2002년 천하장사에 등극한 이태현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결승전 상대인 백승일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있다.[연합]
2002년 천하장사에 등극한 이태현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결승전 상대인 백승일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있다.[연합]
하늘 아래 두 영웅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이태현(26·현대중공업)과 백승일(26·LG투자증권). 이들은 동갑내기로 93년부터 1년여 동안 청구씨름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그러나 백승일은 이태현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17세 때인 93년 천하장사를 차지하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가 이듬해 9월 천하장사결정전(부산)에서 이태현에게 진 뒤 뒷전으로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1시간8분간의 대접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몸무게 차이로 이태현에게 타이틀을 내주었던 백승일은 이후 진로와 삼익악기, 신창건설 등을 전전하다 지난해 LG에 둥지를 틀고 재기에 나섰다. 반면 이태현은 이후 백두장사 13회, 지역장사 12회, 천하장사 2회 타이틀을 차지하며 모래판 최고의 별로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24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02세라젬배 구미천하장사씨름대회 제40대 천하장사 결정전. 8년 만에 다시 맞붙은 이들의 대결은 불을 뿜었다.

백승일은 한풀이를 하려는 듯 적극적인 공세로 나섰다가 이태현의 전광석화 같은 밭다리에 걸려 첫판을 내줬다. 둘째 판에서 백승일은 잡채기를 시도하는 이태현을 되치기로 받아쳐 호각을 이뤘으나 셋째 판을 잡채기로 내주고 다섯째 판에서 샅바를 놓친 이태현을 덧걸이로 공격하다가 유연한 이태현에게 되치기를 당해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태현은 이날 승리로 94년과 2000년에 이어 세 번째 천하장사에 오르며 상금 5000만원을 보태 민속씨름 사상 처음으로 상금총액 5억원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백승일은 비록 패했지만 올 4월 익산장사대회에서 백두급 우승에 이어 8년 만에 천하장사 준우승을 이룩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태현은 앞서 8강전에선 염원준(LG투자증권) 4강전에선 신봉민(현대중공업)을, 백승일은 8강전에서 김경수(LG투자증권) 4강전에선 기술씨름의 달인 황규연(신창건설)을 각각 누르고 결승에 올랐었다.

▼연합 관련기사▼

- 이태현-백승일, 8년만의 애증의 대결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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