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세계]FRM 국제 재무위험 관리사

  • 입력 2002년 10월 13일 17시 36분


《FRM은 국제재무위험관리전문가협회(GARP·Global Association of Risk Professionals)에서 주관하는 재무위험관리 분야의 유일한 국제자격증이다. 국제재무분석사(CFA)와 마찬가지로 자격증 자체가 독점적인 영업행위나 수입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자격증을 딴 사람은 리스크관리 분야의 국제적 전문가임을 인정받는다.》

김태구 LG투자증권 리스크관리팀장(38)은 매일 아침 후배들이 작성한 ‘위험일일보고서’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가 어떤 리스크(위험)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회사의 상품주식(증권회사가 자기 돈으로 산 주식) 규모와 가격 변화, 종합주가지수 환율 금리 등 시장지표의 변동, 회사 차입금이나 대출금 가치 변동 등.

팀 이름이 말해주듯 회사의 재무 및 금융위험을 측정하고 예측해 적절한 위험관리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김팀장의 업무. 쉽게 말하면 주가 환율 금리 등의 갑작스런 변동으로 회사가 입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를 일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팀장을 포함한 팀원 9명은 전문적인 통계 및 계량수학 기법과 선물 옵션 스왑 등 파생금융상품 등을 사용해 바쁘게 움직인다.

김팀장은 회사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 1999년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Financial Risk Manager) 자격증을 취득한 뒤부터 인정을 받았다.

고려대 경영학과 82학번인 김팀장은 88년 이 회사에 들어와 6년 동안을 객장 영업사원으로, 3년 동안을 인력개발팀에서 일했다.

97년∼98년 회사의 배려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금융공학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공부하면서 위험관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99년부터 위험관리팀에서 일하며 자격증을 얻었고 이후 회사의 위험관리 체계와 조직, 규정과 업무절차 전산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김팀장은 “회사가 커질수록 위험관리는 더욱 세심해져야 하고 리스크관리 인프라가 더욱 튼튼해져야 하므로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리스크관리팀에게는 상품운용팀이나 기업금융팀 등 외부의 고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회사의 영업부서가 주요 고객이다.

김팀장에 따르면 증권회사 리스크관리팀의 중요한 역할은 위험을 무조건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업부서들이 위험을 적절히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

영업부서를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그들이 하는 일을 잘 알아야 하고 ‘관리당하는 사람이 모르게 리스크가 관리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 때문에 김팀장은 현장의 영업사원들을 자주 만나 시장의 방향과 변동성에 대해 의견을 듣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좋은 원칙을 만들고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원칙은 회사의 활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돕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자는 회사 전체적인 업무와 경영 사정에도 밝아야 합니다.”

회사를 위험에서 보호해야 하는 업무상의 특성 때문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것이 직업병이라면 직업병.

이 때문에 부인 허선애씨(38) 딸 아영(14) 아들 민용(11)은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마다 김팀장의 깐깐한 질문을 받고 애를 먹기도 한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LG증권 합격자가 말하는 전망▼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자격증은 국제재무분석사(CFA) 만큼이나 한국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재무 금융 분야 전문 자격증이다.

특히 CFA가 3년에 걸쳐 3차의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비해 FRM은 시험이 한 번 뿐이어서 응시자가 더욱 많다.

FRM코리아에 따르면 2001년 시험에는 전 세계에서 1591명이 응시했는데 이 가운데 56%가 한국인이었다. 한국인 합격률은 54.1%로 720명이 응시해 527명이 합격한 외국인 합격률( 73.2%)보다 낮다.

이를 두고 ‘희소성이 줄어들었다’는 말도 많다. 그러나 LG투자증권 리스크관리팀에서 일하는 합격자 4명은 자격증 소지자의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류기상 대리(35·2001년 합격)는 “관리해야 할 리스크의 종류도 회사운영리스크 법률리스크 신뢰리스크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의 영역이 단순한 수학과 계량화의 수준을 넘어서 회사의 전략과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씨(30·2001년 합격)는 “자격증이 목표가 아니라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지혜와 지식이 많다”고 말했다.

김윤경씨(29·여·2001년 합격)도 “시험을 통과하면서 위험 관리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게 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김종철 대리(34·2000년 합격)는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최고경영자(CEO)처럼 최고리스크관리자(CRO)도 많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FRM자격증 소지자가 주로 진출하는 분야는 기업의 재무관리전문가 금융기관의 자산관리자나 여신심사역 경영 및 금융 컨설턴트 금융기관 감독업무 전문가 등이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자격증 따려면…현장실무경험 2년 넘어야▼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우선 목표의식을 분명히 할 것과 그에 따른 체계적인 준비를 당부하고 싶다.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는 장식용으로 FRM 자격증을 따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격증을 따려면 실력이 뒤따라야 하고 공부한 것을 현장에서 활용하는 산지식으로 연결시켜야 의미가 있다. 국제재무위험관리전문가협회(GARP)는 시험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자격증은 현장에서 2년 이상의 실무경험 쌓아야만 준다.

우선 자신의 적성이 리스크 관리 업무에 맞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대체로 수리능력이 있으면서 실수를 잘 하지 않는 꼼꼼한 성격이 유리하다.FRM이 되려면 수리능력과 자본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시장위험 신용위험 외에 다양한 위험을 인식하고 측정 및 관리하는 기법을 배워야 한다.

시험 준비기간은 5개월 동안 250시간 정도 투자하면 충분하다. 생소한 개념이 많기 때문에 전문 교육기관에서 배우고 복습해야 한다. 다양한 실무자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 나가는 것이 좋다.

스터디그룹에서의 토론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 분야를 파악할 수 있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 현업에 진출할 때 원활한 업무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 시험 내용과 학습범위는 www.garp.com에 접속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임웅순 ㈜FRM Korea 공동대표 frmkorea@frm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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