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찬수/토종식물 해외유출 대책 세우자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25분


우리나라 유전자원의 해외유출이 심각한 상태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미스김 라일락’이 유명하다. 이 식물은 라일락의 일종인데 다름 아닌 우리나라 자생식물인 털개회나무를 말한다. 1947년 미국인이 북한산에서 씨앗을 받아간 것 중에서 육성해낸 품종 중의 하나다.

그런데 그 후 이 ‘미스김 라일락’은 선풍적 인기를 일으키면서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점유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품종은 전 세계에 수출되었는데 물론 우리나라에도 1970년대에 수입되어 널리 심어져 있다. 결국 우리나라 유전자원이 해외에서 개량되고 품종등록이 되어 이를 역수입한 결과가 된 셈이다. 당시로서는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또한 구상나무는 이미 1910년대에 세계 각국에서 개량해 크리스마스 트리로 각광받는 품종이 되어 있다. 이 외에도 이러한 사례는 매우 많다.

8월 22일자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에는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려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원예학회에서 실시한 우수 품종 콘테스트에 관한 내용이다. 이 대회는 24년 전부터 열리고 있는 전통이 오래된 행사로 지금까지 83개 금메달 수상작을 배출하고 있다. 금년에는 6개의 금메달 수상작을 선정 발표했다. 심사의 기준은 아름답고 강인하며 잘 자라는 품종이다.

그런데 이번에 선정된 수상작 중에는 동백나무의 한 품종이 포함되어 있다. 이 동백나무 품종은 꽃이 크고, 밝은 홍색을 띠며, 꽃잎과 선명하게 대조되는 황색의 꽃술을 가지고 있어서 선정되었다. 이것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 품종의 이름이 ‘코리안 파이어’ 즉 ‘한국의 불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품종의 원산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인지 알 수는 없으나 한국이 원산지임에 분명하다. ‘미스김 라일락’의 반복인 셈이다.

이같이 우리나라 산림유전자원이 반복적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은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아직도 유전자원의 해외유출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종묘업자들은 해외의 우수 품종을 도입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개량되지 않은 원종(原種)의 씨앗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 나라에서 새로운 품종 육성의 재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품종개발에 대한 의지에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품종 등록제도가 정착되어 경제성이 높은 품종이 개발될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일정 부분의 이익을 개발 당사자에게 지불하고 있다.

셋째는 세계화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유전자원의 해외유출을 근본적으로 제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유전자원을 잘 보존하고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유전자원의 가치에 대한 국민 각자의 인식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유전자원을 스스로 보존하고 개발해야 한다.

김찬수 임업연구원 산림유전자원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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