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차에 앉아 10리앞 교통상황 척척"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59분


샛길로 가면 추석 귀성길이 좀 빠를까? 마음은 굴뚝같지만 1년에 한두 번 오가는 길, 샛길을 알기가 쉽지 않다. ‘길 안내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면 혹시? 첨단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을 이용해 운전자의 차량 위치와 주변 교통상황을 살펴 쉽고도 빠른 길을 알려주는 ‘길 안내 시스템’이 인기다. 새 차를 구입할 때 선택사양(옵션)으로 하는 대우자동차의 ‘드림넷’과 시중에서 구입해 기존 차량에 설치하는 SK텔레콤의 ‘네이트 드라이브’ 등 두가지 길 안내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에서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까지 달려봤다.

▼대우자동차 '드림넷'▼

16일 오후 2시10분. “드림넷 매니저 김○○입니다. 지금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 계시는군요.”

대우자동차 레조 승용차 실내에 설치된 ‘드림넷폰’의 ‘D’ 버튼을 누르자 휴대전화 액정에 차량의 위치가 위도와 경도로 표시된다. 상냥한 목소리의 ‘매니저’는 6개월 간 차량 정비교육과 전문 상담교육과정을 마친 ‘선수’답게 믿음직스럽다.

“초보 운전자인데, 삼성서울병원까지 빠른 길을 안내해 달라”고 하자 차량 스피커를 통한 본격적인 매니저의 길 안내가 시작된다. 스피커의 음성은 또렷했으며 핸즈프리로 의사 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매니저가 서울시 교통상황을 고려해 빠른 길로 맞춰준 코스는 세종로 동아일보사(동아미디어센터)를 출발해 청계고가∼남산1호터널∼한남대교∼경부고속도로∼양재인터체인지∼양재대로∼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의 약 20㎞ 코스였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정체가 시작된다.

“얼마나 더 밀리겠느냐”고 묻자 매니저는 “100m 앞에서 다시 소통이 원활해진다”고 대답. 정확히 100m 앞부터 길이 다시 뚫리기 시작했고, “300m 앞에서 우회전하세요” “지금 옆의 진출로는 과천방향이니 들어서지 마세요” 등의 안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까지 35분 만에 도착했다.

대우자동차의 드림넷은 길 안내뿐 아니라 시스템컨트롤러를 이용해 자동차 전기기능을 원격조종할 수도 있으며 사고가 나서 차체가 충격을 받을 경우 센서가 이를 감지해 드림넷센터에 보고하게 돼 있다. 보고를 받은 드림넷센터는 즉시 경찰과 소방서 보험회사 등에 연결해 사고처리를 한다.

일반 내비게이션과 달리 상담원과 1 대 1 통화를 하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장점. 최근에는 한 여성 운전자가 한적한 밤길을 혼자 달리다가 드림넷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며 공포심을 달래기도 했다.

“3㎞만 더 가시면 밝은 도심으로 접어듭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명화극장 보셨어요?”

▼SK텔레콤 '네이트 드라이브'▼

“어느 시로 가십니까.” “서울시!”

“어디로 가십니까.” “삼성서울병원!”

택시 안이 아니다. 차 안 어디에선가 흘러나오는 여성의 음성에 맞춰 운전자가 혼자서 소리지르는 장면이다.

추석 준비로 온 도시가 분주한 16일 오후 2시25분.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SK텔레콤의 ‘네이트 드라이브’가 설치된 기아 카니발을 출발시켰다.

차안에는 ‘핸즈프리 시스템’과 비슷한 도구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여느 핸즈프리와 달리 버튼을 하나 누르자 바로 음성이 흘러나온다.

초행길, 빠른 길 중 빠른 길을 선택했다. 인공위성을 통해 교통상황 등을 판단해 가장 덜 막히는 길로 안내해 주기 때문. 초행길은 찾기 쉬운 대로들만 연결돼 있다.

길을 선택하자 시스템은 10초가량 지도를 다운로드받았다. 1패킷(512바이트)에 2.5원인데 지도는 보통 30패킷이라 비용은 70∼80원이 든다. 안내원과 계속 통화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

휴대전화 액정화면에는 앞으로 1∼2㎞ 동안 가야할 길을 표시한 화살표가 떠있다. 그 옆으로는 ‘북한남 삼거리 1.5㎞’ ‘목적지까지 16.7㎞’ ‘예상 소요시간 32분’ 등이 표시돼 있다. 물론 이 숫자들은 차가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줄어든다.

“고가 도로를 타십시오.” “90m 오른쪽 방향에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경로를 바꿔야 할 때마다 수시로 안내 음성이 등장했다.

개포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빠져 오른편 위쪽으로 현대 기아차 건물이 보이는 도로에 이르자 “경로를 벗어났습니다. 다시 설정하겠습니다”라는 느닷없는 멘트가 나왔다.

범인은 교통정체 때문에 잠시 서 있었던 머리 위의 고속도로. 인공위성으로 차량의 위치를 잡기 때문에 차가 건물 안이나 고가도로 밑에만 있어도 위치를 잃어버린다.

재설정된 안내에 따라 얼마간 전진하자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후 3시. 운전중 사고가 나거나 타이어가 펑크나면 빨간 버튼을 눌러 안내센터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차량용 길 안내 정보시스템
대우자동차 ‘드림넷’항목SK텔레콤 ‘네이트 드라이브’
108만∼112만원(차량구입시 옵션)구입비78만원(48만원짜리 휴대전화 단말기 포함)
월 기본요금 3만3700원<드림넷 이용료 1만8000원+드림넷폰(KTF) 기본요금 1만5700원>+통화료 10초당 18원(할인시간 15원, 심야 10원)월 이용료월 정보이용료 9000원(프리미엄 요금제 2만원)+통화료(512바이트에 2.5원)
안내원과 1 대 1 대화, 궁금한 점 언제나 질문 가능, 수시로 변하는 교통상황에 빠르게 대처장점값싼 이용요금, 초보자용·교통상황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운전중 전화사용 가능, 주변 시설물 검색 가능
비싼 이용료와 구입비단점한 번 다운받은 뒤에는 긴급교통사고 등에 대처하기 힘들어
드림넷 할인시간:오전6시~정오(공휴일 오전 6시~자정), 심야=자정~오전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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