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갬블러'/현란한 쇼 뒷면엔 물질만능 풍자가…

  • 입력 2002년 8월 29일 18시 55분


우연히 도박장을 찾은 갬블러(남경주,왼쪽)와 도박장 보스(허준호)가 열창하고 있다.사진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우연히 도박장을 찾은 갬블러(남경주,왼쪽)와 도박장 보스(허준호)가 열창하고 있다.사진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뭐라도 좀 주세요.”(갬블러)

“게임은 끝났소.”(카지노 보스)

“탕!”(총소리)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중인 ‘갬블러’는 비정한 카지노 세계를 때론 흥겹게 때론 비장하게 풀어낸 뮤지컬이다. 영국의 인기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멤버였던 에릭 울프먼의 이 작품은 1999년 국내에서 초연됐다. 이번에는 2시간 20분짜리로 작품을 수정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렸다.

‘신시 뮤지컬 컴퍼니’가 제작한 ‘갬블러’의 미덕은 화려함이다. 춤 노래 그리고 볼거리가 가득하다. 극중 배경인 바그다드 카지노는 인간의 내재된 욕망을 분출하는 공간. 실물처럼 제작된 슬롯머신 블랙잭판이 가득한 도박장과 웅장한 성당 내부 무대는 ‘통속성’과 ‘성스러움’이라는 극과 극의 대비를 시도한다. 카지노의 꽃이라 불리는 쇼걸들이 주요 부위만 가린 채 선보이는 현란한 율동과 노래 역시 카지노 쇼 현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갬블러’는 전체적으로 가볍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유혹 사랑 배신 등을 통해 우리 시대의 한탕주의와 물질 만능주의를 풍자하기도 한다. 순진한 회사원을 게임의 구렁텅이로 유혹하고, 결국은 의도했던 대로 돈을 잃게 만드는 카지노의 상술을 고발한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행운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력도 한층 영글었다. 터프한 카지노 보스(허준호)와 연약한 갬블러(남경주)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심리상태를 제대로 표현했다.

여장남자 쇼걸(주원성)은 관객에게 농담을 던지는 등 감초연기를 선사한다. 끼가 넘치는 배우 최정원과 순수한 이미지의 김선경의 노래 실력도 뛰어나다.

특히 ‘Eye in the sky’ ‘Time’ 등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주옥같은 팝 히트곡들을 한국어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1막 중간에 배우들의 심리전이 길어지면서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는 것이 옥의 티. 하지만 지난 5,6월 30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성공적인 일본 순회 공연을 펼쳤을 만큼 춤 노래 연기 실력을 공인받은 수작이다. 9월7일까지. 02-577-1987.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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