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비언어극 '델 라 구아다'

  • 입력 2002년 8월 1일 17시 57분


비언어극 '델라구아다'의 출연진이 공중에서 다양한 곡예를 선보이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비언어극 '델라구아다'의 출연진이 공중에서 다양한 곡예를 선보이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한없이 원초적인 몸부림을 느껴라!’

지난달 31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 전용극장에서 공연 중인 비언어극 ‘델라구아다(De La Guarda·수호천사)’가 전하는 메시지다. 1995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된 다음, 프랑스 영국을 거쳐 1998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지금까지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는 흥행작품이다.

이 공연의 특징은 기존의 공연 양식을 파괴했다는 점이다. 무대와 객석이 따로 구별되지 않는데다 좌석도 없어 공연 내내 관객들은 공중과 지상을 넘나드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서서 지켜봐야 한다.

‘델라구아다’의 초반 20여분은 놀라움과 신기함의 연속이다. 종이로 가려진 천장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그림자로 보여주고, 갑작스런 암전(暗轉)때 파스텔 색 물감이 종이 위로 떨어지며 별 가득한 깊은 산중 분위기가 연출된 가운데 사방에서 바람이 부는 장면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공중에 매달린 10여명의 배우들이 종이를 찢고 모습을 드러낸 다음부터는 한바탕 ‘묘기 대행진’을 선보인다. 양복과 짧은 스커트 차림의 배우들은 줄에 매달린 채 삼삼오오 좌우로 이동하거나 벽을 내달린다.

천정에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두 남녀가 서로 부둥켜 안기 위해 공중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70분 동안 ‘남미의 뜨거운 열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배우들의 즉석 제안으로 하늘을 나는 짜릿함을 맛보거나 감각적인 테크노 음악에 맞춰 즉석 댄스파티를 경험한다.

그러나 극의 후반부는 다소 늘어진다. 공중을 날고 땅을 구르고 타악을 연주하는 공식이 반복되고, 아르헨티나의 암울한 시대상에 저항하는 듯한 자유로운 몸짓도 가슴에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델라구아다’는 실험적인 공중 곡예와 감각적인 비트를 담았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이 열광할만한 코드를 갖췄다. 하지만 이 공연이 한국 정서와 맞아 떨어질지는 미지수.

속옷이 훤히 드러난 여성배우와 엉덩이를 내보인 남성배우의 모습은 조금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년 공연 예정. 화수목 오후 8시, 금 오후 8시 10시반, 토 오후 7시 10시, 일 오후 7시. 5만∼6만원. 02-501-7888,1588-1555.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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