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윤영오/인사청문회 대상 늘리자

  • 입력 2002년 7월 28일 19시 00분


의회연구가 전공인 필자는 유학시절 미국 상원의 인준청문회를 케이블TV(C-SPAN)를 통해 여러 번 방청하였다. 현재도 미국의 일반 TV에서는 일반적으로 청문회를 생중계하지 않는다. 생중계를 의식하면 진지하고 내용에 충실한 청문회가 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대통령은 임기 4년에 걸쳐 30여만명을 임명하는데 상원은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서류심사만으로 인준해주고 장관, 차관보급 이상의 공무원, 각종 위원회의 위원, 대사 등 외교사절, 연방대법관 등 600여명은 인준청문회를 거친다. 인준청문회에서는 후보(피지명자)의 과거행적, 재산형성 과정, 성격, 견해, 신뢰성 등을 검증한다. 상원은 이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을 인준한다. 1961∼77년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4명이 상원 본회의에서 부결, 9명은 위원회에서 부결되었고 27명은 상원의 반대 분위기로 인하여 대통령이 취소하거나 본인이 사퇴하였다.

높은 통과율이 인준청문회제도를 격하시키지는 않는다. 인준청문회제도 자체가 후보자의 자격 검증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을 지명하여 청문회에서 부결된다면 대통령이 정치적 손상을 받게되므로 인선 과정에서 사전에 여과하기 마련이다. 둘째, 인준은 투표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부결시키지 않고도 과정을 통해 피지명자(들)의 정책선택과 견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위원회에서는 인준의 조건으로 공정성, 객관성, 공공이익의 반영 등을 다짐받기도 한다. 셋째, 피지명자의 능력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후보가 종사한 분야에서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검증하는 가운데 향후 피지명자가 의회와 협력하고 직무수행과 관련된 정보를 의회에 제대로 전달할 것을 다짐받고 비협조적으로 보이면 인준을 거부하기도 한다. 또한 인준절차를 통해 피지명자의 재산이 공개되고 공직에 있는 동안 얻게 되는 정보나 특혜로 재산을 증식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하기도 한다.

대통령과 상원이 다른 당에 의해 주도되는 소위 여소야대의 경우에도 단일정부(여대야소)와 별 차이가 없이 98% 이상의 승인율을 보여준다. 인준절차를 여야정당의 쟁점으로 취급하기보다는 대통령과 의회의 문제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피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경력에 대해 의원들로부터 찬사를 듣고 방청인이나 시청자들에게 인생의 모델로 평가받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필자는 국무총리 피지명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다음 사항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으로 공정한 선거관리를 통해 정부를 다음 정권에 원만히 인계하는 일이다. 둘째, 비리를 캐는 조사청문회와는 달리 인사청문회에서는 본인의 해명을 듣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본인이 아닌 가족문제는 연좌제적 성격을 띠어서는 안되며 가족의 신체적 조건 등을 포함한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넷째, 피지명자에 대한 청문회가 지명자인 대통령에 대한 반대나 지지의 표현으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청문회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인 제도보다는 일상적인 제도로 정착하는 가운데 미국처럼 많은 공직자를 심사하는 제도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윤영오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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