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송승준은 어디로…

  • 입력 2002년 7월 18일 15시 11분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극동 아시아의 3국(한국, 일본, 대만)은 더 이상 낯선 땅이 아니다. ML의 일부 구단들은 스카우트 혹은 에이전트들을 상주시키고 있으며 많은 구단의 스카우트나 크로스체커(cross checker, 각 지역 스카우트들의 리포트를 종합 분석하는 일을 함)들이 매년 4~5월 리포트 작성을 위해 한국을 찾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록 중남미의 여러 나라들만큼은 되지 않지만 많은 선수들이 태평양을 건너가 땀을 흘리며 ML을 향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것이다.

30개 ML구단 중에 한국선수를 가장 많이 영입한 구단은 바로 보스턴 레드삭스다.

박찬호가 미국에 건너가던 94년 최경환(경희대)을 시작으로 97년 청소년대표를 거쳐 고려대 재학 중이던 김선우와 중앙고의 김재영(오른손 투수)이 뒤를 이었다. 98년에는 역시 국가대표였던 원광대의 조진호와 청소년대표였던 송승준(경남고)이 미국 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 선수의 보스턴 진출은 그 후로도 꾸준히 이어져 99년에는 부산상고의 채태인, 2001년에는 원광대의 안병학이 뒤를 이었다.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진출한 이상훈을 빼놓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났던 선수들이지만 현재 미국에 남아있는 선수는 김선우, 송승준, 채태인 그리고 안병학 이렇게 네 명뿐이다. 77년생 김선우는 아직 젊긴 하지만 더 이상 유망주로 보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으며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군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보다 불과 2년 위인 조진호도 귀국했다) 채태인과 안병학은 아직 ML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로서 마이너리그의 한국인 선수가운데 가장 빠른 시일 안에 ML에 입성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선수는송승준이다. 사실 송승준은 미국행에 앞서 숱한 뉴스거리를 만들어 낸 바 있었다. 잠시 시간을 98년으로 돌려보자.

98년 고교야구는 단연 영남세가 강세를 보인 한해였다. 송승준(경남고)은 부산지역 투수 3인방인 김사율(경남상고-롯데), 백차승(부산고)와 함께 두각을 나타내며 많은 활약을 했다. 4월의 대통령배에서는 부산의 경남고와 경남상고가 결승에서 만났다. 백차승의 부산고는 아쉽게도 부산지역에 주어진 전국대회 출전권이 두 장뿐이었기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다. 송승준은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연장 12회초 7-4로 앞서다가 12회 말 2사후에 역전 2점 홈런을 얻어맞고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속한 경남고는 이상훈(전 LG), 신민기(한양대), 김진욱(한양대), 강민영(롯데)등이 포진한 무척 강한 팀이었고 대통령배의 아쉬운 준우승을 딛고 청룡기와 봉황기를 거푸 우승하게 된다. 송승준은 특히 봉황기 결승 대 경기고전에서 17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자신의 진가를 맘껏 과시했다.

송승준은 이미 5월에 동국대와 가계약을 한 상태였고 10월 8일 롯데에 우선지명 되었지만 끊임없이 ML진출을 시도했다. 특히 라이벌이었던 백차승이 9월 26일 129만달러의 사이닝 보너스(우리나라의 계약금에 해당)로 시애틀에 입단하자 더욱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테스트를 위해 10월말 미국에 다녀오기도 하는데 여기서부터 그의 미스터리는 시작된다. 테스트직후 일부 언론에는 그의 양키스 입단이 확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98년 연말까지 그의 미국 행은 지지부진했는데 그것은 구단들이 제시하는 사이닝 보너스가 양에 안 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재학 중 미국 진출이 가능한 동국대 진학뿐이었고 진로를 바꾼 송승준은 곧바로 국가대표 상비군으로도 뽑히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진짜 코미디는 불과 사흘 후에 벌어졌다.

송승준이 전격적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하게 된 것이다.

아마에 남겠다고 해서 국가대표까지 시켜줬는데 며칠도 안되어 미국구단과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은 야구협회에서는 그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지만 뭘 어떻게 중징계를 할 건지는 정작 아무도 알지 못했다. 송승준의 미국 행은 이처럼 파란 만장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 졌다. 라이벌이었던 백차승이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유망주의 대열에서 이탈한 지금 송승준은 매년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으며 상당히 뛰어난 투구내용으로 팀 내 에서 가장 기대되는 마이너리거로 꼽히고 있다.

그의 연도별 성적을 보도록 하자.

99년 Red sox(R) 5승2패 13게임 55이닝 47피안타 14자책점(방어율 2.30) 20사4구 61탈삼진

00년 Lowell (A) 5승2패 13게임 73이닝 63피안타 21자책점(방어율 2.60) 20사4구 93탈삼진

01년 Augusta(A) 3승2패 14게임 75이닝 56피안타 17자책점(방어율 2.04) 18사4구 79탈삼진

01년 Sarasota(A) 5승2패 8게임 48이닝 28피안타 9자책점(방어율 1.68) 18사4구 56탈삼진

02년 Trenton(AA) 7승5패 18게임 92이닝 88피안타 42자책점(방어율 4.11) 35사4구 102삼진

(2002년 7월15일 현재)

송승준의 최대장점은 최고 시속 94마일(151km/h)에 이르는 직구를 훌륭한 제구력과 함께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고교시절의 송승준은 워낙 강속구 투수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어 그렇게 제구력이 좋았다는 기억이 별로 들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그의 컨트롤은 정평이 나 있으며 이는 뛰어난 볼넷/삼진 비율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닝 당 피안타율도 줄곧 1.0미만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방어율도 올해 약간 고전 중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대단히 뛰어나다. 이를 바탕으로 송승준은 2년 연속 퓨처스게임에 출전하기도 했다.

현재 송승준의 소속팀인 보스턴 레드삭스는 양키스와 지구 1위 다툼을 벌이며 84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클리블랜드에서 오른손 거포 매니 라미레즈를 영입해 재미를 본 바 있는 보스턴은 7월말로 다가온 트레이드 마감시한까지 좌타거포의 보강을 노리고 있는데 그 대상선수로는 클리블랜드의 1루수 짐 토미가 꼽히고 있다. 간판스타였던 매니 라미레즈, 리치 섹슨, 후안 곤잘레스, 로베르토 알로마 등에 이어 최근 에이스인 바톨로 콜론까지 몬트리올로 트레이드 시키면서 팀을 정비중인 클리블랜드는 마지막으로 남은 수퍼스타인 짐 토미를 정리함으로서 리빌딩을 마무리한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이렇게 되면 클리블랜드는 유망주들을 받고자 하게 될 것이고 그 대상자로 꼽히는 선수가 송승준과 99년 드래프트 1라운드로 입단한 왼손투수 케이시 포섬이다. 물론 걸림돌은 많다. 우선 계약상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는 토미의 승낙을 받아야 하며 올 시즌이 끝나고 또 한번의 파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거래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송승준 이나 포섬 모두 보내긴 아까운 젊은 유망주들이기도 하다. 트레이드에 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워낙 두터운 투수진을 바탕으로 올 시즌 선전하고 있는 보스턴보다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이 개편되고 있는 클리블랜드로 가는 것이 송승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운명의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점점 다가오고 있으며, 송승준의 거취도 곧 결정될 것으로 보여진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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