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신기의 '황제 슛'

  • 입력 2002년 6월 26일 23시 28분



이제 득점왕이다. 호나우두가 터키와의 준결승에서 6골째를 신고하며 2002한일월드컵 득점 단독 선두로 나섰다. 5골을 기록 중인 독일의 클로제가 결승 토너먼트에 들어와 침묵을 지키고 있고, 히바우두는 5경기 연속골에서 멈춰섰다. 이제 가장 유력한 득점왕 후보는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

호나우두의 목표는 단지 득점왕에 그치지 않는다. 78년 아르헨티나 대회부터 이어진 ‘마의 6골벽’을 깨는 것. 74년 서독 대회에서 폴란드의 그제고쉬 라토가 7골을 기록한 이후 마리오 켐페스부터 다보르 수케르에 이르기까지 ‘월드컵 득점왕〓6골’이라는 공식이 굳어졌다. 호나우두가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한다면 28년 만에 월드컵의 역사를 다시 쓰는 셈.

이 경기를 앞두고 허벅지 부상으로 이틀 전까지만 해도 출장 여부가 불투명했던 호나우두. 그러나 26일 터키와의 준결승에서 ‘언제 부상을 걱정했느냐’는 듯 성큼성큼 터키 문전을 뛰었다. 상대 수비수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도 골문 앞에서 당황하지 않았다.

전반전에서 슈팅을 더 많이 한 쪽은 히바우두였지만 골을 얻어낸 것은 호나우두였다. 전반 33분 페널티지역정면에서 수비수와 공 다툼을 하던 호나우두는 옆에서 기다리던 히바우두에게 찬스를 만들어줬다. 안타깝게도 히바우두의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그 5분 전 호나우두 자신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전반전의 슈팅 공세는 후반전 호나우두가 보여준 환상적인 몸놀림의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후반 4분 호나우두는 어떤 수비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호나우두가 질베르투 실바의 패스를 이어받았을 때 호나우두 앞에는 터키 수비수 4명이 버티고 있었다. 호나우두는 공을 툭툭 치고 들어가며 가벼운 몸놀림으로 이들을 속인 뒤 발끝으로 슈팅을 날렸다. 그때까지 선방을 거듭하던 터키 골키퍼 뤼슈튀 레치베르도 그의 손끝을 스쳐 지나가 네트로 향하는 공을 어쩔 수는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대담성과 본능적인 골 감각. 호나우두만이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였다.

사이타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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