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공수서 빛난 송종국

  • 입력 2002년 6월 26일 02시 04분


▼공격 숨통… 고공폭격 사전 차단

이번 월드컵 5경기에서 한 번도 교체되지 않고 507분을 뛴 송종국은 독일과의 4강전에서도 폭주기관차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송종국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빠른 발을 앞세워 잇따른 격전으로 지친 한국팀의 활력소가 되었다. 미드필드에서는 공을 잡은 선수를 압박해 공격의 속도를 떨어뜨렸고 공격에 가담할 때는 빠른 스피드로 독일의 장신 수비수를 헤집으며 공격에 숨통을 틔웠다.

오른쪽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송종국은 포지션이 겹치는 마르코 보데를 압도해 독일의 공격 루트 하나를 차단했다. 송종국(1m75, 71㎏)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1m89, 85㎏의 거구 보데를 스피드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막았다.

보데가 드리블해서 돌파하려고 하면 어느새 달려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송종국의 활약은 공중전에서도 빛났다.

볼만 잡으면 끊임없이 문전으로 띄우는 독일에 맞서 송종국은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볼을 차단했다. 빈 공간에 떨어지는 공을 향해서 달려가 걷어내는 것도 송종국의 임무였다.

공격 가담 때 상대 진영 깊숙이 파고들었다 수비로 되돌아오기를 수십번 거듭한 송종국은 후반 독일에 선제골을 내준 후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마지막 남은 힘을 그라운드에 쏟아부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한국축구 보루 이운재. 선방…또선방‘세계정상급’입증

너무 아까운 경기였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는다. 모든 노력을 다했고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

이운재(29·수원 삼성)와 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에서 둘은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보루임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일약 ‘신의 손’으로 떠오른 이운재는 이날도 세계 최고의 수문장으로 꼽히는 독일의 올리버 칸에 전혀 뒤지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운재는 전반 7분 베른트 슈나이더의 날카로운 오른쪽 센터링을 적극적으로 대시하며 잡아내 골문에서 벌떼처럼 달려드는 독일의 장대 군단을 돌려세웠다. 10분 뒤에는 올리버 노이빌레의 강슛을 넘어지며 선방했고 후반 8분에도 득점 공동선두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헤딩슛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특히 이운재는 경기 내내 날카로운 센터링을 머리로 받아 넣기 위해 독일의 거한들이 득달같이 솟구치는데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막아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치닫는 ‘전차 군단’을 끝내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이운재는 후반 30분 미하엘 발라크가 찬 볼을 막아냈지만 그 볼이 다시 발라크 앞에 떨어졌고 결국 결승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운재의 선방이 없었다면 점수차는 더 커졌을 것이다.

이운재는 이번 월드컵에서 6경기를 하는 동안 3골을 허용해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에선 연장까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선방을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도 상대 네 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슛을 막아내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5골을 내주며 땅을 쳤던 이운재. 이제 그는 더 이상 국제무대에서 ‘애송이’가 아니었다. 1년 만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거인’으로 우뚝 성장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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