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CF여왕 김정은 충무로도 평정할까

  • 입력 2002년 3월 25일 17시 25분


적어도 흥행으로만 보자면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구가하고 있는 요즘, 스크린의 여왕 자리를 고수할 것 같았던 심은하는 비록 은퇴했으나 많은 여배우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가 기대보다 흥행에 실패했으나 아직 전도연은 건재하고, 3년 만에 한석규를 만날 수 있는 영화 ‘이중간첩’을 통해 고소영이 스크린에 복귀하고,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나 ‘흑수선’의 이미연도 언제든 여우주연상을 받을 준비가 돼 있는 최고의 여배우들이다.

게다가 ‘조폭 마누라’의 신은경, ‘와니와 준하’의 김희선, ‘소름’의 장진영,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의 카리스마는 물론이요, 이요원, 이은주, 배두나 등의 신선함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영화 캐스팅 전쟁을 살펴보면 의외의 인물이 조용히 떠오르고 있다. 그는 바로 ‘CF의 여왕’ 김정은이다.

그는 조만간 영화 ‘재밌는 영화’로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된다. 그가 워낙 많은 CF에 출연한 덕분에 꽤 여러 작품에 나온 것 같지만 사실 그의 출연 드라마는 많지 않고 영화도 처음이다.

MBC 공채 탤런트 출신인 김정은은 다른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단역부터 출발했다.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서 차인표의 여비서로 나왔을 때 평범한 여비서 역할과 달리 주인공인 차인표나 안재욱과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시종일관 풍겼지만 결국 그냥 단순한 비서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어쨌든 이 드라마를 통해 서글서글하고 신선한 마스크를 대중에게 알렸고 이후 드라마 ‘해바라기’에서 삭발 투혼을 불사르며 정신병 환자 연기로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여배우들이 삭발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작품이나 광고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요 한 여자로서의 생활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과거에 김지미, 강수연, 김금용 등 여배우들이 영화를 위해 삭발을 할 때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삭발식을 모든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무명이었던 김정은은 소리 소문도 없이 삭발하고 나와 코믹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다.

이후 차태현과 함께 시리즈로 나온 모 이동 통신회사 CF를 통해 확실하게 코믹 이미지를 굳혔고 최근에는 화장품, 카드, 가구, 엔진 오일 등 거의 모든 품목의 광고에 나와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다. 때문에 얼마 전 그녀가 엑스터시 복용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을 때, 그녀를 모델로 쓰고 있는 수많은 기업체는 물론이요 개봉을 앞둔 ‘재밌는 영화’ 관계자와 계약 직전에 있었던 영화 ‘돈 텔 파파’의 관계자들은 가슴 졸이며 검사 결과를 지켜봤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 판정으로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면 김정은의 연기 인생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것이며, 30억원에 이르는 계약 위반 소송에 걸렸을 것이고, ‘재밌는 영화’는 ‘가증스런 영화’로 바뀌어 개봉할 뻔 했으며 대부분이 밝은 캐릭터인 그녀의 광고들은 폐기 처분될 뻔했다.

기자 회견장에서 눈물의 인터뷰를 하며 그동안 억울했던 심정을 토로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제는 그녀가 코믹 연기뿐 아니라 진한 눈물의 사랑 연기도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하고 친절한 태도와 매너로 인해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로부터 ‘짱’소리를 듣는 김정은이 영화계에서도 ‘짱’의 자리에 오를 날을 기대해본다.

김영찬/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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