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외국인 위한 교통책자 있었으면…”

  • 입력 2002년 2월 24일 18시 09분


“한국에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선진국 입학식이었다면 이번 월드컵은 전세계로부터 선진국 능력을 인정받는 졸업식이 되지 않을까요.”

주한 우루과이 대사 훌리오 잠브루노(60·사진)는 한국을 보다 국제적인 ‘중심국가’로 만들 월드컵 대회의 의미를 설명하며 한국인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98년 9월 한국에 부임해 한국의 저력을 잘 알고 있다는 잠브루노 대사는 그러나 한국을 아끼는 마음에서 마음에 담아뒀던 충고를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 월드컵 이것만은 연재보기

“개최도시간을 이어주는 교통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 외국인들이 정확한 시간에 원하는 경기를 보고 원하는 관광지에 가기 위해선 기차와 고속버스 등이 언제 얼마나 자주 있는지 등을 아는 게 필수적이죠. 외국인을 위한 종합 교통시간 안내책자가 있었으면 합니다.”

한국인이 자기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관광 상품화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국제화는 모든 나라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비슷하게 만들지만 자연환경만은 예외죠. 한국의 자연을 보면서 외국인들은 ‘아! 내가 한국에 와 있구나’하고 느낍니다. 지금이라도 자연환경과 연관된 민속적 관광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열광적인 남미 축구팬답게 잠브루노 대사의 대화주제는 곧 자국의 16강 전망으로 이어졌다.

그는 6월 1일 울산에서 열리는 덴마크와의 첫 경기가 가장 걱정이다. 86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에서 우루과이가 덴마크에 6 대 1로 크게 졌던 기억이 아직도 그의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본선에 진출한 남미팀 가운데 예선에서 최소 실점을 한 우루과이의 수비력이 제대로 나타난다면 16강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가 월드컵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가족과의 상봉 때문이다.

우루과이에 있는 부인과, 미국에 있는 딸과 사위가 5월 말 한국에 오면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축구경기를 볼 수 있다. 그것도 자국팀의 월드컵 본선경기이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

주한 대사로서 자국 선수단을 보조하고 응원단을 관리하는 일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축구팬에겐 영광이죠”라며 활짝 웃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