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쏘아라 저 멀리, 화살도 시름도…국궁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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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오르자 가슴이 확 트이는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언무사습(言無射習). 사대 앞에 ‘말없이 활쏘기를 익히라’는 뜻의 석판이 눈에 띈다.

침묵 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에 일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 이윽고 시위를 떠난 화살이 점이 되어 날아가더니 ‘탁’ 하고 과녁을 맞힌다.

서울 장충동 2가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전통 활 국궁을 쏘는 곳 석호정. 전국에는 이러한 전통 활쏘기 터가 약 320여 곳 있다.

“전통 활쏘기 터는 대개 공기가 맑은 숲 속에 있습니다. 가슴을 펴야하는 활쏘기는 폐활량을 길러주는 운동입니다. 또 발끝에 힘을 주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오십견 무릎관절 등에 좋습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평정심을 기르는 것은 물론이지요.”

사두(射頭 ·활쏘기터 책임자) 김태우(63)씨의 국궁예찬론이다. 김 사두는 올해 경력 10년째. 폐가 좋지 않아 시작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그는 국궁은 양궁처럼 진동방지장치 등 부속장비가 없고 크기도 작지만 훨씬 멀리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회원인 경력 6년의 호미숙(42)씨는 활쏘기가 정신건강에 그만이라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여러 어려움에 처했던 호씨는 심신을 다스려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활터를 찾았다고. 그는 “비바람 속에서 과녁을 명중시키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활쏘기의 과정은 인생과도 같다”고 말했다.

석호정의 현 회원은 58명. 회원들은 매주 4회 정도 활터에 나오지만 제한은 없다. 하루에 쏘는 양은 1회에 5발씩 15∼20회 정도. 신입회원들은 2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활을 쏜다. 국궁은 당기는 힘에 따라 38파운드에서 65파운드까지 세분화 되어 있어 자신의 수준에 맞게 고를 수 있다. 활은 20만원, 화살 7000원. 한달 회비 3만원이며 가입비는 남자 20만원, 여자 10만원.

김 사두는 “우리는 예로부터 활을 잘 쏘는 민족이다. 훌륭한 문화유산이자 레포츠인 국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2-2273-2061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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