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윤미용/국악 부흥으로 문화경쟁력 키우자

  • 입력 2001년 12월 1일 22시 56분


11월 27일 오후 전남 진도에서는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에 이어 국립국악원의 두 번째 분원인 국립남도국악원의 기공식이 거행됐다.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는 쌀쌀한 날씨와 아직은 운행하는 버스가 많지 않아 찾아오기 힘든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의 많은 진도군민들이 모여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 이하 축하객들과 함께 진도에 들어설 국악원 기공에 대한 기쁨을 나누었다.

국립남도국악원은 국립국악원이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는 ‘1도 1국악원 건립’ 의 일환으로 건립되는 것이다. 현재 세 번째 분원인 국립부산국악원 건립에 대한 국회 예산안 심의가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유형문화재 보존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10개의 지방 박물관들을 갖고 있으며, 춘천에 11번째 박물관을 준비하고 있다. 각 지방에 국립박물관들이 계속 건립되고 있는 것은 유형문화재의 체계적인 보존과 발굴이 그처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 훼손되고 나면 다시는 원형을 되살릴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유형문화재 보존에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형문화재 역시 마찬가지의 입장에 처해 있다. 아니 유형문화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모른다. 무형문화재는 고정된 형태를 가진 유형문화재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으나 살아 숨쉬며 변화하고 있으며,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그 보존이 더욱 어려운 것이다. 가까운 예를 보더라도, 조선시대 팔도의 어느 잔치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삼현육각(三絃六角) 음악이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거의 사라져버려 그 음악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이가 없다는 사실에서, 그 중요성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또한 종묘(宗廟)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해마다 종묘제례가 열림으로써 그 아름다움이 배가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악이 우리 문화의 진수로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는 사실에 누구나 동의할 만큼 국악은 한국문화의 중요한 컨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 음악기관으로서 신라 음성서 이후 1400년의 맥을 이어오며 깊은 뿌리를 내리고 발전해 온 국립국악원과 그 지역 분원을 중심으로 앞으로 각 지역 문화권별로 문화의 개성이 확립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특색 있는 국악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지역문화가 온 세계가 ‘문화’ 를 무기로 맹렬하게 달음질치는 21세기 문화전쟁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해 초 문화관광부는 ‘지역문화의 해’ 라는 기치를 내 걸었다. 올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서 국립남도국악원 기공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앞으로 부산을 비롯한 각 지역에 지방국악원의 가지가 뻗어나가면서 지역문화의 싱싱한 잎사귀와 탐스러운 열매가 많이 맺히기를 기대해본다.

윤미용(국립국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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