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안동규/동계올림픽 후보지 선정 투명하게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31분


2010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실사단의 실사 평가보고서가 이미 제출됐고 74명의 KOC 위원들에 의한 후보지 최종 결정이 11월 중순 내려질 예정이다.

내년 2월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유치신청서를, 8월에는 최종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KOC와 정부는 의사 결정을 더 이상 미뤄서도 안되고 미룰 수도 없는 입장이다.

강원도와 전라북도가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포기론’, ‘유치연기론’, ‘공동개최론’ 등이 제기돼 이에 따른 의혹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선진국들이 저마다 유치하려고 애쓰는 매우 매력적인 국제행사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야 할 당위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국력과 국민의 의지를 집약시킬 만한 계기가 없었으며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는 이런 역할을 해주는 기폭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동계올림픽은 준비와 개최 과정에서 3조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는 경제올림픽이다.

셋째,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하계 및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했으며 한국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함으로써 명실공히 스포츠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KOC와 정부가 두 지역의 공동 개최나 유치 연기 및 포기로 의사 결정을 한다면 그것은 정치 논리가 또 한번 우리나라의 발전에 발목을 붙잡는 전형적인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두 지역 공동 개최는 동계올림픽을 한국에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두 지역의 갈등을 무마하는 정치적 배려일 뿐이다. 왜냐 하면 한국의 후보 도시가 결정돼도 유치를 위해서는 선진국의 10여개 후보 도시와 경쟁해야 하는데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지역의 공동 개최는 경쟁력 없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유치 연기 및 포기는 합리성이 결여된 결정이다. 2010년은 순환 개최에 따라 아시아권에서 유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으며, 설령 2014년을 목표로 연기하더라도 2010년 경쟁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번에 신청해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신청을 연기하거나 포기할수록 손해다.

KOC와 정부에 다음과 같은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동계올림픽 개최는 전북이나 강원의 지역적 문제를 떠나서 국가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IOC 기준에 맞는 국제 경쟁력을 보유한 후보지가 선정돼야 한다. KOC 실사단의 객관적 평가와 IOC 기준에 맞는 여러 조건들에 대한 엄밀한 심사를 바탕으로 결정된다면 국민 모두가 여기에 승복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목적으로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KOC 위원들도 의사 결정을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하게 해주길 바란다.

안 동 규(한림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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