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진락/책과 그림은 ‘창의력의 바다’

  • 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46분


집안이 잘 되려면 자식을 잘 키워야 하고, 마을이 잘 되려면 아이들 웃음소리와 노는 소리가 떠들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농촌에서나 도시에서나 아이들 소리를 듣기 어렵다.

전통사회에서는 적어도 3대가 한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친척집과 이웃집으로 엮어진 사회적 관계망을 이뤘다. 자녀의 양육 책임은 주로 어머니에게 있었지만 아버지와 조부모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이들의 교육과 사회화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아이들은 형제 자매나 이웃 아이들과 어울려 자연 속을 누비며 또래 관계를 배우고 자연의 변화를 터득했다.

오늘날 핵가족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떤가. 가족 구성원은 부모와 1, 2명의 자녀다. 아버지는 늦은 귀가로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아이는 같이 놀 형제나 이웃 아이들이 거의 없고 놀 만한 장소도 없다. 이에 따라 요즘 아이들은 놀이와 자연을 잃어버린 채 학부모들의 빗나간 교육 욕구에 휘둘리며 자라고 있다. 이기적이며 심신이 나약하고 버릇이 없으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로 자라기 쉬운 환경이다.

대다수의 학부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자녀가 다른 아이보다 우수하기를 바라고 있다. 질 좋은 장난감과 과학적으로 개발된 교재 교구를 사주고, 사설학원을 거쳐 명문대를 졸업하면 성공적인 인생을 보장받는다고 믿는다. 결국 오늘날 어린이 교육은 미래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올바른 교육이념, 방향 목적 및 내용을 정립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미래의 교육 방향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되찾아주는 데서 모색돼야 한다.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생명 중심의 교육으로, 개인 중심의 교육에서 공동체 중심의 교육으로, 이성 중심의 교육에서 전인적인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진정한 교육은 눈앞의 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을 전인적으로, 창의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과거에 자연이나 놀이, 구성원간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던 풍부한 성정이나 창의적 상상력 등을 지금은 의도적 교육을 통해 습득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에 대해 적절한 교육적 자극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잠재력을 계발해줘야 한다. 특히 창의적인 잠재력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후천적으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컴퓨터나 학습지보다 독서나 미술을 주로 하는 어린이의 창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고 보고 느끼는 가운데 얻어진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은 아이들의 감성체계를 자극해 표현하려는 욕구를 만든다. 읽은 내용을 스스로 재구성하고 다르게 표현하는 가운데 아이의 창의성은 발달하는 것이다. 특히 그림책은 아이에게 다양한 간접경험을 시켜주면서 사물에 대한 관심과 생활에 대한 관찰력을 길러준다.

좋은 책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가을, 아이들에게 한 권의 꿈을 건네주자.

김진락(한국글렌도만(주) 연구개발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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