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청소년 성범죄자 명단 공개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19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169명의 신상을 30일 공개하기로 하자 또 다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단체 등 명단 공개에 찬성하는 측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고,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최대한의 장치가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명단 공개에 반대하는 측은 명단공개가 명백한 이중처벌이고 가족에 대한 사실상의 연좌제인데다 한국적 현실에서는 완전히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처사로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성범죄 근절 위해 필요▼

한 개인에게 있어서 명예의 유지는 중요하며 더욱이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률을 위반하고 이것이 사회 공익적 목적에 심각하게 위배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사회 공익적 목적을 위반한 범죄 행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해당자 개인 및 그 가족의 명예까지 훼손되며 법률해석상 인권침해의 여지가 위헌 요소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개인만을 놓고 볼 때 틀린 말은 아니다. 게다가 가족의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분명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는 하나 성매매를 포함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신상공개라는 이중적 처벌을 행함으로써 수많은 청소년들의 성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청소년 성보호법을 제정해 현재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법에 명시된 대로 이들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가 범법행위로 인식되지 못한 채 급증하고 있다. 강력한 처벌에 누구나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윤락행위방지법을 비롯한 어떠한 법에서도 이러한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에 청소년 성보호법을 따로 제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의 인권과 명예도 분명 중요하다. 그래서 인권 침해를 최대한 예방하기 위하여 신상공개의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장치가 여러 단계로 마련되어 있다. 대법원의 최종 처벌이 확정된 사람에 대해 공개대상 심사에 관한 규정을 두고 최종까지 범법행위의 정도를 심사하도록 하였으며 공개가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또 다시 본인에게 서면의견 진술 기회를 줌으로써 최대한 공개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장치가 그것들이다.

이같이 복잡한 절차를 거친 뒤 신원을 공개하기로 결정된 범법 행위자라고 한다면 그의 인권이 앞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희생이 될 많은 청소년들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상공개는 분명 가혹한 이중 처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써 청소년의 성을 사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던 성인들의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혹자는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신상공개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라도 더욱 신상공개 같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려는 사회 공익적 목적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일부의 희생 아닌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또한 신상 공개는 행위의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성인들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를 하지 않게 하는 예방 효과에 더욱 그 의미가 있다 하겠다.

양해경(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장)

▼반대/인격침해 등 문제 많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가 임박했다. 현대판 주홍글씨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현행법상으론 명단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법원에서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여부도 주시할 필요가 있기에 법률의 개정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청소년성매매자 같은 파렴치범을 옹호하거나 배려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명단 공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신상이 공개되면 사회적 질타와 도덕적 괴리감으로 범죄자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되기에 인격권을 극도로 침해당하게 된다. 찬성론자들은 이 점을 부각시켜 청소년 대상 범죄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지 모르나, 사형이 규정된 살인죄가 근절된 적이 있는가?

둘째, 징역형보다 더욱 치명적인 명단 공개를 최종 판단기관인 사법부가 하지 않고 행정부에서 관장하는 것은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

셋째, 명단 공개는 가족의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사실상 연좌제에 해당한다. 이는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에도 어긋난다. 청소년성매매자인 아버지를 둔 자식이 무슨 죄가 있는가.

넷째, 청소년 대상 성범죄보다 더 파렴치하고 극악무도한 가정파괴범은 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가?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피해자가 국가 장래를 짊어진 청소년’이라는 이유를 든다. 그렇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 강도범, 살인범은 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가. 또한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돈을 주고 성행위를 한 사람은 처벌받고 명단까지 공개되지만, 그보다 어린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면 더욱 파렴치한데도 돈을 주지 않았다면 처벌은 물론이고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러한 범죄자도 명단을 공개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법은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즉흥적인 감정에 따라 법을 만들고 해석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오죽했으면 헌법보다 상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다섯째, 외국의 입법례에 의하더라도 한국의 신상공개는 너무 광범위하여 과잉입법 금지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미국의 메간법(Megan’s Law)은 범죄 유형에 따라 1단계는 해당 경찰, 2단계는 학교 탁아소 유치원, 3단계는 해당자와 마주칠 수 있는 특정 경계선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신원이 공개되고, 정보를 취득한 사람이 이를 이용할 경우 엄격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법은 인터넷과 관보를 통하여 모든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마치 공개처형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청소년성매매범의 명단을 제주도민들이 안다고 해서 무슨 예방효과가 있겠는가?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근절되어야 하고, 엄벌에 처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명단 공개라는 극약처방은 신중히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최용석(오세오닷컴 대표변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