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프로야구팬, 아마야구 입문하기

  • 입력 2001년 8월 16일 10시 01분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아마야구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출범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프로출범 직전까지만 해도 고교야구 빅게임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만큼이나 야구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이렇듯 아마야구의 음덕(?)으로 탄생한 프로야구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어찌됐건 국민적인 스포츠로 발전했지만, 그 빛이 큰 이면에는 아마야구의 인기하락이라는 짙은 그림자 또한 드리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늘은 독자가 프로야구팬이라는 전제 하에, 어떻게 하면 아마야구에 단기간 내에 효과적으로 재미를 들이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봤다.

1. 모교에 야구부가 있는 경우

당신이 야구를 좋아하고 모교에 야구부가 있다면 일단 최상의 조건이다. 예비군 마크를 달고 위병소를 나오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다시는 이쪽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술 한잔 할 때면 군대 이야기가 빠지지 않듯이, 학창시절은 누구에게나 많은 추억을 간직하게 한다. 다른 게임은 놔두더라도 모교 게임 때에 맞춰 경기장을 찾아보자. 언제 하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인터넷 뒀다 뭐하나?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다.

일단 경기장을 찾으면 생각보다 많은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즉석에서 동창회가 벌어진다. '너는 몇기 나는 몇기' '아이구 선배님' 하다 보면서 한 잔씩들 하면 야구는 뒷전이 되고 술 먹는데만 정신이 팔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다고 뭐랄 사람 아무도 없다. 물론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근처 호프집에서의 연장전(?)이 기다린다. 이기면 기뻐서 한잔, 지면 열 받아서 한잔. 어쨌든 오랜만에 만난 친구, 선후배들과의 정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모교 게임을 몇 번 보면 다른 팀은 몰라도 자기 학교선수들에 대해서는 줄줄 꿰게 된다. 그리고 상대팀 선수 중 똘똘한 몇몇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된다. 이렇게 하다 보면 한명 두명 전광판에 낯익은 이름들이 많아지게 되고 야구장 가는 날도 많아지게 된다.

2. 특정팀의 팬인 경우

당신이 어느 프로구단의 열성 팬으로 응원하는 팀이 지면 밥맛이 없을 정도라면 반드시 아마야구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보고 안보고는 전적으로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또 한가지, 유감스럽게도 상당수의 아마경기는 평일 낮에 벌어져 직장이나 학교를 몰래 빠져 나오지 않는 한 원천적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좋아하는 팀의 우선, 2차지명을 받은 선수들의 플레이 모습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면서 순진하게 '초고교급'이니, '당장 10승 가능'이니 하는 언론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 낙관주의에 빠지기 쉽다. 선수에 대한 확실한 자기 나름대로의 평가가 이루어 질 근거가 없는 경우. 자기가 좋아하는 팀에 들어온 선수는 모두 잘 해 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어느 순간에는 '잘할 것이다’ 아니 ‘잘 한다'란 확신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1군 게임도 다 못 보는 판에 그걸 언제 보러 다니냐'고 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NBA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NCAA판도를 알아야 하듯 수준급 프로야구팬들에게 아마야구는 필수과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볼 것인가?

고교야구 - 연고지 내 선수들 중 우선지명 후보를 나름대로 체크해 본다. 언론에 후보들이 거론되면 직접 그들의 경기 모습을 살펴보고 장단점을 분석한다. 연고지와 관계없는 2차지명의 경우는 팀 내 취약 포지션을 보완해 줄 만한 선수를 스스로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대학야구 - 대학 선수들 중 상당수는 프로팀에 지명 되어있다. 선수들의 활약도를 보면서 어느 팀이 지명을 잘 해놓았나 확인해 본다. 해마다 선수들의 기량이 얼마나 향상되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대학야구의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 고교시절 미지명자들이 대학 4학년때 다시 지명 받는 기현상도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다. 미지명 상태인 선수들 중 지명 가능한 선수들이 누구인가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되겠다.

실업야구 - 올해 LG가 지명한 김우석처럼 해마다 2차지명에서 실업출신 깜짝 지명자가 나타난다. 특히 프로 2군과 시합을 많이 하면서 실력이 검증된 상무의 미지명자들 중 기량이 수준급인 선수들은 프로입단 가능성이 높다.

3.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

대부분의 아마야구대회가 벌어지는 서울 동대문구장은 잠실과는 다른 좋은 점이 많다. 일단 주류반입이 자유롭다. 잠실에 술을 가지고 들어가려면 입구 청원경찰, 검은 양복과의 눈치싸움을 해야 하지만 동대문은 그런 게 없다. 매점 아줌마들한테 얘기하면 소주도 사다 준다. 안주가 필요하면 중국집, 족발집... 다 배달 온다. 좋으나 싫으나 구장 안에 들어가면 햄버거말곤 먹을 게 별로 없는 잠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관중도 얼마 없는데다가 요즘은 다들 휴대폰이 있어 찾아오는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리고...

프로야구는 더블헤더 시에 1.5배의 요금을 받지만 아마야구는 경기 수에 관계없이 입장료는 같다. 하루 5게임씩 하는 날도 있으니 5천원 입장료로 본전 뽑고도 남는다. 보다가 졸리면 외야스탠드 문밖으로 나가 복도에 있는 평상에서 자도 된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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