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프로축구는 방송사만의 잔치

  • 입력 2001년 7월 16일 14시 53분


4만여명이 입장할 수 있는 울산 문수경기장.

14일 벌어진 울산 현대와 성남 일화와의 경기가 벌어진 문수경기장은 관중들이 복도까지 들어차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4만여명이 꽉 차고 그 후에 자리가 없는 관중들이 복도를 메운 것은 절대 아니다.

30도가 오르내리는 더위속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관중들은 급기야 햇볕을 피해 그늘을 찾아 복도로 피신을 한 것.

축구 전용구장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경기장 주변 좌석은 텅텅 비었고 그늘을 찾아 선수들에게서 멀리멀리 떨어져만 갔다.

게다가 복도에 있다보니 서서 보는 관중들도 많았다.

비싼 돈내고 들어와서 좌석은 비워둔 체 서서 경기를 보다니...

후반전에 돌입하고는 더욱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전반전에는 전 경기장을 태양이 따끈하게 데웠지만 후반 들어서면서는 그라운드의 절반가량이 그늘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람한점 없는 상태에서 30도가 넘는 혹독한 더위.

전반부터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은 후반 그라운드에 생긴 그늘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러다보니 가급적 햇볕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 선수들.

급기야 경기장을 반쪽만 사용하는 듯한 플레이가 계속됐다.

어쩌다 그늘을 벗어나면 짜증나는 선수들의 표정이 역력했고 원대복귀(?)하려는 선수들의 노력이 처절했다.

상황이 이쯤되니 선수도 짜증이 나고 활발한 플레이를 보지 못한 관중들 역시 '왜 경기장에 왔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그 좋은 문수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쳤지만 왜 선수들과 관중들은 짜증을 내며 경기를 관전했을까?

원인 제공자는 방송사였다.

당초 7시로 잡혀있던 경기시간을 중계 사정으로 인해 3시로 앞당긴 것.

자신들의 방송 스케줄 상 피크 타임에 축구경기를 내보내기엔 손해가 컸으리라.

하긴 방송사의 이런 횡포가 처음은 아니다.

프로농구에서도 그랬고 프로야구에서도 그랬다.

말만 국내 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다고 외쳐대고 하는 짓은 온통 자신들밖에 모르는 집단이다.

그렇다고 축구관계자들이나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무슨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 비현실적이지만 방송사 관계자들을 이 더운 여름날 오후 3시에 경기장에 모아놓고 한 두어시간 뛰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듯 싶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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