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7차교육과정 올 초등 3,4학년-中1까지 확대

  • 입력 2001년 3월 4일 20시 37분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 김모씨(35·여)는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여느 때와 달리 ‘고민’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시작된 제7차 교육과정이 올해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까지 적용되면서 ‘수준별 수업’을 실시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김씨는 “활동 중심인

7차 교육과정은 다양한 수업자료를 필요로 하는 데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의 차를 고려해 심화 및 보충수업을 하려면 꽤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배워야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궁금증이 많다. 새 교육과정의 특징과 학생 및 학부모들이 유의할 점을 살펴보자》

▽수준별 교육과정〓보통 수준의 다수 학생을 동일하게 여기는 제6차 교육과정의 단점을 보완하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 흥미 등을 고려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도입된 7차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수학과 영어(중등)교과는 학습 단계별로 성취도 평가를 통해 일정 기준이 넘어야 다음 단계를 배우는 기준을 설정해 놓았고 영어(초등) 국어 사회 과학교과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 차에 따라 심화 및 보충학습을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부진아와 영재〓진급 기준에 미달한 부진아는 방과후나 방학 등을 이용해 보충수업으로 학습결손을 보충해야 한다. 가령 ‘7―가’(중학 1학년 1학기에 해당)를 배우면서 부진아는 따로 시간을 내 ‘6―나’를 배워야 하는 식이다.

이는 초등 1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 10년간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교과목별 내용이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학년마다 기본 내용을 확실히 이해해야 다음 단계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이 초등학교 고학년 수학 교과서 내용의 일부가 중학교 수학 교과서 내용의 일부와 겹치는 등 중복된 교육은 없다. 교과서의 학습량은 과거보다 줄었다. 앞서 나가는 상위권 및 영재학생이 상위 단계를 배우는 ‘속진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해당 단계에서의 심화학습만 가능하다. 학력 경쟁으로 인한 ‘과외 열풍’을 막기 위한 것.

▽수업 변화〓‘교과서 내용을 무조건 다 배워야 하는 건 아니다. 교과서는 기본 학습자료일 뿐’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 예를 들어 교과서에 ‘잘 공부했는지 알아보기/다시 알아보기/좀 더 알아보기’ 등으로 제시된 기본/보충/심화의 3단계 난이도에 맞춰 각자 ‘능력껏’ 공부하라는 것이다.

수학의 경우 단원별로 진단문제를 풀어 ‘○문제 이상’을 맞히면 심화과정을 배우고 점수가 낮으면 보충과정을 공부하는 식이다. 학습수준과 교과목 등을 고려해 한 반에서 다양한 모둠(분단) 편성 등 수업 형태도 수시로 바뀐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가 40분 수업 가운데 30∼35분은 기본과정을 가르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보충 또는 심화학습을 한다. 일부 학부모의 우려와 달리 우열반을 편성하지는 않는다. 고교나 일부 중학교에서는 수준에 따른 이동식 수업도 이뤄질 수 있다.

▽학교별, 교사별로 다르다〓각 학교의 의지와 개별 교사의 능력에 따라 수업방식이 달라진다. 각 학교에서는 교사, 교육과정 전문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학교 교육과정 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장의 의사 결정에 조언하도록 돼 있다. 교과시간에 심화 보충학습을 어떻게 하고 재량 특별활동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학교별로 결정하도록 한 셈이다.

▽학부모의 역할〓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능력과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넌 왜 이렇게 못하니?”라고 야단치기보다 자녀가 소질과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교과서대로 가르치면 좋은 교육이라고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또 새 교육과정은 체험교육을 강조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문제점〓개별학습이 가능하려면 학급당 학생수가 적어야 한다. 교육부는 2004년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초중학교 35명, 고교 40명으로 낮추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보다 더 낮춰야 교육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수준별 수업의 취지와 무관하게 ‘심화과정’을 미리 배우려는 과외가 우려된다. 10개 기본교과 외에 특별활동과 ‘창의적 재량 활동’ 등의 개념이 아직은 모호해 혼선도 우려된다.

7차교육과정 교과목별 시간배당
구분초등학교중학교
3학년4학년1학년
국어238204170(136)
도덕343468
사회102102102
수학136136136
과학102102(136)102(136)
실과-(34)-(34)68
체육102102102
음악686868
미술686834(68)
영어34(68)34(68)102
재량활동68(34)68136(-)
특별활동34(0-34)68(0-34)136(34-68)
연간수업986(986-1020)986(1020-1054)1156

▼7차 교육과정 시범 운영 해 봤더니…▼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한 시범학교 교사들은 ‘교사의 열정’과 ‘학부모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업이 놀이를 하는 등 ‘활동 중심’이어서 학생이 산만해지기 마련인데 학급당 학생 수가 많고 준비할 자료도 만만치 않아 교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평가해 심화 및 보충학습을 시키고 부진아는 특별보충수업까지 받다보니 학부모들의 항의(?)도 잦다.

수학에서 덧셈과 뺄셈을 가르치는 3학년의 경우 숫자카드와 모의동전 등을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계산하고 짝꿍과 함께 은행놀이를 하며 받아올림과 받아내림까지 깨우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 수업 후반부에 빙고게임과 스피드게임 등으로 암산능력 향상과 흥미를 유도할 수도 있다.

교사들은 보충 및 심화학습 대상 학생을 구분할 때 기준이 모호해 난감해하기도 했다. 서울 A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학생이 주어진 내용을 빨리 배우는 속도로 수준을 판가름짓는 것 같아 경계선이 애매하다”면서 “수준별 교육과정이 오히려 점수 만능주의를 낳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10개 교과에 달하는 교과목에 대한 수업연구 및 자료준비 등을 혼자 하기가 벅차 교사들의 협업 체제를 갖추는 사례도 있다. 2, 3학급 단위로 교사들이 힘을 합쳐 교사당 3∼5과목씩 나눠 수업준비를 하는 것.

서울 안평초등학교 김정석 연구부장은 “수준별 교육과정은 적정한 수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면서 “수업 때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역점을 두면서 상위권 학생들은 교실에 비치한 심화 학습지로 맘껏 공부하게 했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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