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단체장들 왜이러나(下)/선심행정 "재선을 위하여"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48분


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일부 민선 단체장들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선심 및 전시행정을 일삼아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대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수익사업을 벌여 지방재정 악화와 국고 낭비를 초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 지자체가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단속마저 기피하거나 형식적인 처리에 그쳐 불법행위가 곳곳에서 방치되고 있다.

▽선심 및 전시행정〓99년 9월 경기 하남시가 개최한 국제환경박람회는 대표적인 전시성 행사로 꼽힌다. 당시 하남시는 현실성이 없는 행사라는 중앙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 시 예산과 정부보조금 등 186억여원을 투입했으나 1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적자보전을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했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들은 하남시장을 상대로 낭비된 예산을 환수하기 위해 ‘납세자 소송’까지 제기했다.

부산시의 경우 2008년까지 쓰레기 소각량 예상치가 하루 920t인데도 2002년까지 하루 1400t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 2개소 건설을 추진해 실제로 이 사업이 시행될 경우 예산 낭비가 우려되고 있다.

인천시도 송도 신도시 개발과 국제공항배후단지 조성, 용유도 무의도 관광단지개발 등 총 10조원이 넘게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추진 중이어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 95년 이후 각 자치단체가 추진중인 10억원 이상 투자사업 9948개 중 1568개(15.8%)가 타당성 결여 및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중단되거나 착수조차 못해 이미 투자된 8592억원이 사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겉핥기식 단속〓부산 북구 덕천동의 한 교차로 주변은 노점상 100여명이 좁은 보행로를 점거한 채 영업을 하는 데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까지 뒤엉켜 큰 혼잡을 빚고 있다. 일부 노점상은 아예 인근 건물 입구 계단에 물건을 차려놓고 있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민선 이후 구청장들이 불법 노점상 단속에 소극적인데다 단속요원도 구청마다 1, 2명 정도로 편성해 시늉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지역 각 구청의 노점상 단속은 총 10만4996건이었으나 과태료 부과나 고발은 각각 819건과 1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행정지도나 자율정비요구에 그쳤다. 단체장들이 지역주민들의 표를 의식해 노점상, 불법 주정차, 불법영업 등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못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게 행정자치부의 설명.

또 세금 체납자에 대한 압류나 차압, 전화독촉 등도 강력하게 시행하지 못해 지자체의 살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

▽선거용 예산낭비 등〓광역단체장인 A시장은 시 예산 2500만원을 들여 ‘시장공약 실천사항’ 책자 1만부를 제작해 산하기관과 시군에 배포했으며 B지사는 탁상시계와 부채 등 1억27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도내 인사와 지방의원 통반장 등에게 전달했다.

수도권의 C구청장은 관선 때는 연간 2700만원이던 지역행사 비용을 2억2100만원이나 사용해 8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행자부는 단체장의 선심 및 전시성 예산집행에 대해서는 지방교부금 삭감 등 재정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견제할 방침이다. 그러나 단체장이 단속행정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제재방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중인 단체장에 대한 서면경고제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기대기자·부산〓조용휘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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