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인생 대역전극! 우유 마시기 캠페인

  • 입력 2001년 1월 12일 15시 54분


류시원과 윤정수의 뒤바뀐 인생극장. 우유를 마실 것이냐, 말 것이냐.

초등학교 운동장. 뛰어 다니는 아이들 틈에서 우유를 마시고 있는 왜소한 체구의 아이. 그 애 옆으로 덩치 좋은 아이가 다가서며 무안을 준다. '야, 넌 또 우유냐'

그 말투는 꼭 지겹다는 식이다. 넌 틈만 나면 우유를 먹어대는데 왜 키가 안 크냐, 날 좀 봐라 우유 따위 마시지 않아도 이렇게 큰다. 으쓱~. 작은 아이를 향한 비아냥과 자신에 대한 우쭐함을 가졌던 그 아이.

짜잔. 세월이 흘러, 10 년 후 동창회. 그 두 아이는 재회한다. 어릴 적에 덩치가 컸던 아이는 바로 개그맨 윤정수. 동창회 장소로 들어서며 친구를 찾는다. 바로 작은 아이였던 류시원.

'야! 우유대장. 너 아직도 그대로냐' 윤정수는 앉아서 우유를 마시는 류시원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그러나 만면에 웃음을 띈 류시원의 표정에 마침 너 잘 만났다는 장난끼가 스친다. 그리고 서서히 일어난다. 이때 역시나 장난끼 어린 카메라는 류시원의 큰 키를 천천히 주욱 잡아당기듯이 비춰 준다.

어어어, 쭈욱 뻗는 친구의 키 앞에 당황하는 윤정수. '야, 정수. 너야말로 그대로네' 어벙벙한 표정을 짓는 작달막한 친구의 퉁퉁한 배를 툭툭 치기까지. 눈을 껌벅이며 친구를 위로 올려다보는 윤정수의 넋 나간 얼굴 위에 '늦지 않았어~ '카피가 찍힌다.

와우. 그야말로 인생 대역전이로세. 20초 안팍의 짧은 시간에 두 남자의 엇갈리는 인생역정을 코믹하게 잡아낸 것이다. 이건 마치 우유를 마신 인생 A, 우유를 저버린 인생 B 두 가지 경우의 인생극장을 보는 기분이다.

이 광고는 익살스럽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주 명민하다. 두 아이의 인생을 절묘하게 그려냈고, 무엇보다 인생이 뒤바뀌는 극적 상황이 가능한 요즘 분위기를 잘 읽어냈다. 작년 한해 우리를 온통 들끓게 했던 이벤트는 무엇인가? 바로 동창생 모임!

첫사랑의 아이를 만났고, 자신과 라이벌이던 친구가 어떤 인생으로 풀렸는지 짐작했고, 자신을 기죽이던 아이가 여전히 잘 나가는지 별 볼일 없어졌는지 살짜쿵 엿볼 수 있었다. 세월을 훌쩍 넘어 인생의 희비가 교차하는 그 찰나. 우유 마시기는 바로 그 틈을 파고 든 것이다.

특정상품이 아닌 우유를 총망라한 우유광고. 장난스럽지만 이 적나라한 설정 앞에 누구나 쉽사리 수긍하지 않을까. 게다가 10년 지기 친구라는 윤정수와 류시원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마치 실제상황처럼 그럴 듯하다.

자칫하면 잔소리처럼 들리거나 고리타분한 분위기로 흐르는 캠페인. 우유 마시기 캠페인의 늦지 않았다는 유쾌한 제안 앞에 사람들은 '나도 한번' 하면서 슬며시 동참할지 모른다. 환경보호도, 교통 안전캠페인도 엄숙하게 폼만 잡지 말고 이렇게 유쾌하고 즐겁게 절실하다면 저절로 따라하지 않을까?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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