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4시]'0.57평 벌이'로 아들 대학 보냈죠

입력 2001-01-10 19:17수정 2009-09-21 11:4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02―02. 척추장애 2급 이재석씨(53·서울 관악구 신대방동)와 지체장애 3급 홍경옥씨(48) 부부의 일터를 나타내는 유일한 표시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신문을 파는 두번째 판매대라는 뜻이다.

이들 부부는 86년부터 가판대 운영을 했지만 좀처럼 이익이 나지 않던 2호선 신당역을 떠나 지난해 1월 이곳에 자리잡았다. 지하철공사에서 운영권을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추첨으로 다시 나눠주기로 한 방침 덕택이다. “우리 부부가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잘 봐주셨나 봐요.” 이씨가 씩 웃는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운영되는 신문가판대는 모두 323곳. 대부분 이씨 부부와 비슷한 형편의 사람들이 임대를 받았다. 혼자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은 친척의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생을 두기도 한다.

0.57평. 가판대가 차지하는 이 공간에서 이씨 부부는 함께 일한다. 보청기를 끼고도 손님의 주문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이씨의 귀는 아내 홍씨가 대신한다. 이들 부부가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손님은 가판대 앞을 가로막고 신문을 뒤적이다 그냥 휭하니 가버리는 유형.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런 사람이 많이 늘었다. “그러고 보면 신문 한 부 값이 100원일 때가 가장 좋았어요. 서로 부담도 없고.”

게다가 노숙자들이 낮에 와서 잔다고 승강장 간이의자를 치운 뒤로 가판대 주변은 더 북적인다.

지난해 여름 가판대 안의 평균온도는 섭씨 38도였다. 가끔 역 냉방장치마저 고장나면 가판대 안의 온도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치솟는다. “차라리 겨울이 낫죠. 겹겹이 옷을 껴입거나 전기 스토브를 켜면 되니까요.” 지금 시청역 승강장에선 냉방장치 교체작업이 한창이다.

신문 300부. 가판대의 하루 손익분기점이다. 그러나 역마다 팔리는 신문 부수는 천차만별. 잘 팔리는 곳은 1000부도 너끈하다. 따라서 가판대 임대료도 다 다르다. 많이 내는 곳은 1년에 1500만원까지 된다. 하지만 이들은 판매 부수를 잘 밝히려 하지 않는다. 이씨가 손사래 치며 말하는 매상은? “뭐, 아들 하나 대학 보낼 정도지요.”

이씨 부부가 10여년 경력에서 깨달은 것 한가지는 ‘배차 간격이 짧을수록 신문이 안 팔린다’는 것. 손님들은 가판대 앞에서 일간지부터 ‘옐로 페이퍼’까지 죽 훑어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데 열차가 오면 일단 타고 본다는 것.

그래서 요즘 이들 부부의 때이른 걱정거리는 다름 아닌 2002년 월드컵이다. “관람객 편의를 위한다고 지하철 편수를 늘릴 텐데…. 그러면 배차간격이 줄어들겠지요.”

밤 11시40분. 막차가 들어올 무렵 이씨 부부도 가판대를 정리한다. 계단을 오르는 작은 두 그림자. 다음날 새벽 6시, 가판대는 어김없이 열릴 것이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신문가판대 임대료 톱10

순위

연간 임대료

(만원)

1

2호선 강남

1539

2

5호선 종로3가

1484

3

2호선 삼성

1348

4

2호선 신촌

1300

5

1호선 청량리

1210

6

2호선 홍대입구

1117

7

2호선 신림

1106

8

4호선 사당

1103

9

7호선 장승배기

1098

10

2호선 을지로입구

1085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