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선수협 주동인물 드디어 모가지 잘리다~~!"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0시 38분


프로야구판에 열라 열받는 일이 생겼다.

도대체 선수를 인격체로 대하는지가 의문스러울 정도의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것은 국내 프로야구의 구단들과 그 뒤에 숨어 숨쉬는 KBO.

물론 약간의 강경노선을 걷기는 했지만 지금의 선수협 선수들이 선수생활을 중단할 만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20일 오후 프로야구구단은 선수협의 주축세력들은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해버렸다.

송진우, 양준혁, 마해영, 심성주, 박충식, 최태원.

누가봐도 각 팀을 대표하고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다. 각 구단이 동시에 발표했으니 사전 담합이 있었던 것은 기정사실. 그렇다면 해당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거의 불가능하다. 선수생활을 그만 두라는 얘기다.(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현대와 삼성에서 데려갈지도 모르지만)

이번에 목이 잘린 선수들의 주장은 단 하나다. 프로야구선수들이 구단과 KBO의 압력에서 벗어나 인간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것. 결사의 자유, 항변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기본적인 권리들을 요구했다.

반대로 구단측은 경제적인 원리를 내세웠다. 아직은 적자인데 선수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도저히 장사가 안된다는 것.

세상에나, 세상에나! 그렇다면 돈을 벌지 못하고 적자에 빠져 있는 일반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은 끽소리하지 못하고 일만 해야 하나? 그 안에서 자기 주장을 펼치면 회사가 가차없이 목을 치나?

다소 비약을 하기 했지만 결코 틀린 비유는 아닐 듯 싶다. 구단들은 이번 조치에 만족하지 않고 사태가 자신들의 뜻대로 진전되지 않으면 직장폐쇄까지도 염두해 둔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이 조치는 이해가 간다. 외국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사태니까!

문제는 자유계약선수라는 합법적인 면을 이용해 각자의 삶을 갖고 있는 개인들에게 일련의 보복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합법을 가장해 불법(^^)을 자행한다는 것이 울화가 치밀게 만든다.

가진 자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개개인의 삶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려니 하는 생각에 쓴 소주 한잔이 생각난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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