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한국축구 부진 日기자 밥줄 위협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3시 33분


이번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취재하던 한 재일교포 프리랜서 기자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한마디했다.

"한국축구 때문에 배 곯게 생겼어요."

한국과는 달리 프리랜서 기자들의 기고가 활발한 일본에서 한국축구를 주제로 잡지사와 신문사에 투고하고 있는 이 교포 프리랜서 기자는 지난 시드니올림픽과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다.

호주출장에만 25만엔(약 250만원), 레바논 출장에는 35만엔 가량의 자비를 들여 한국축구의 현장을 취재한 것.

그가 이렇게 거대한 투자를 해가며 축구를 취재한 것은 조국의 축구에 관심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를 주제로 그동안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한국을 어떻게 하면 한번 이겨볼까 하는 마음에 일본의 언론은 한국축구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었고, 그로인해 이 기자의 글은 불티나게 팔녀나갔었다.

그런데 한국대표팀이 이 두대회에서 신통찮은 성적을 올리자 일본의 어느 잡지사나 신문사도 한국축구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없어져 버려 투입한 자금을 뽑을 길이 막막해 졌다.

이제는 오히려 일본축구 기사를 써서 한국에 팔아야 할 입장...

과거 한국축구에 연전연패하며 최용수가 콧방귀만 뀌어도 난리법석을 떨던 모습은 완전히 옛일이 됐다.

"97년 월드컵 예선전때는 물론이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 글이 꽤 인기가 있었어요. 글을잘써서라기 보다는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지요."라고 밝힌 이 프리랜서 기자는 "그런데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이 예선탈락한 다음부터 원고청탁이 확연히 줄더니 이번에는 아예 연락도 없었요"라며 한숨만 짓고 있다.

"조국인 한국축구가 자랑스러워 이 일을 택했는데 이제는 다른 주제를 찾아봐야겠다"는 이 사람. 내리막길에 들어선 한국축구는 축구팬들의 가슴에만 못질하고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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