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스타]18세 '철없는 국민영웅' 이언 소프

  • 입력 2000년 9월 17일 18시 38분


이언 소프(18).

올림픽 개막 전부터 2000시드니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개최국 호주의 수영스타다. 그가 ‘예상대로’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며 올림픽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

16일 자유형 400m와 계영 4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그는 17일 자유형 200m에서도 올림픽신기록으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자유형 100m와 계영 800m에서도 나설 예정이어서 올림픽 5관왕까지 기대되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컴퓨터게임 ‘스타 크래프트’를 하느라 밤을 새기 일쑤인 전형적인 N세대. 코치 도우 프로스트가 잔소리를 하면 못들은 척 냅다 노래를 불러대는 철부지.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는 호주의 영웅. 개인 매니저를 두고 코카콜라 등 7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고 올림픽 공익광고의 모델로 시드니 시내 어디에서나 그의 멋진 몸매를 볼 수 있고 이미 그의 우표도 불티나게 팔린다.

1m96, 95㎏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소프의 실제 장점은 엄청나게 큰 발. 350㎜의 발로 물을 차내는 것은 종종 ‘프로펠러’에 비유되곤 한다. 손도 넓고 팔도 또래들보다 평균 20㎝나 길다.

소프는 이런 신체조건으로 양팔을 한번 휘젓는(스토로크) 동안 2m까지 쑥 나간다.

14세에 호주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15세 때인 98년 퍼스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우승, 최연소 세계선수권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이번 올림픽까지 세계신기록만 12번을 작성했다.

소프가 처음부터 수영을 잘한 것은 아니었다. 6세부터 축구팀 골키퍼로 활약한 소프는 누나인 크리스티나가 수영하는 것이 부러워 8세 때 풀에 들어갔다. 그러나 소프의 특기는 이른바 개헤엄. 수영장 소독약으로 쓰이는 염소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그는 코를 집게로 집고 고개를 물 밖으로 낸 채 개헤엄으로 수영을 했다.

16일 시상대 맨 위에 오른 소프는 소감을 묻자 “올림픽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절친한 친구 시몬 코울리와 세계여행에 나설 계획을 세워놓았기 때문.

그러면서 소프는 “2008년까지만 선수생활을 하고 그 이후에는 놀러 다니겠다”며 올림픽에 데뷔하자마자 은퇴시기도 정해버렸다. 2008년에 소프는 겨우 스물여섯.

‘철없지만 의지가 확실한’ 스포츠 영웅임이 분명하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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