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남산터널 혼잡통행료 확대

  • 입력 2000년 9월 15일 19시 02분


《서울시가 남산 1, 3호 터널에서 6인승 이하 승용차를 대상으로 받는 혼잡통행료를 내년 1월부터 10인승 이하 자동차로 확대하기로 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레저용 차량에도 혼잡통행료를 부과해 형평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혼잡통행료의 효과도 미미하고 교통혼잡의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려는 발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찬성-레저용차에도 부과해야 공평▼

서울의 도심과 강남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축인 남산 1, 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를 징수한지 4년째 접어들었으나 아직까지 그 필요성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적에는 일면 수긍이 가는 점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혼잡통행료는 교통기반시설의 확충, 각종 교통개선사업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교통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도심통행속도가 시속 16km까지 낮아진 96년 11월11일부터 남산 1, 3호 터널을 교통혼잡지역으로 지정해 실시하고 있다. 3년 동안 시행한 결과 승용차 이용이 줄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과 물류차량의 도로 이용이 급격히 늘었다. 혼잡통행료 징수차량과 면제차량의 비율이 30.3% 대 69.7%로 시행 전의 68.5% 대 31.5%와 정반대로 역전됐다. 전체 통과 차량 중 승용차 비율도 78.4%에서 47.8%로 줄었다.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의 평균 통행속도도 시속 21.6km에서 30.6km로 개선됐고 하루 차량 통행량도 시행 전보다 2.8% 줄어든 8만7886대로 조사됐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혼잡통행료 징수로 서울시에서 연간 1300억원의 비용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남산 1, 3호 터널의 통행량이 다소 증가했으나 이는 서울 시내 전체 차량의 자연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서울의 경우 차량등록대수가 97년 1월과 비교해 2000년 1월 현재 6.6% 이상(14만3000대) 늘었다.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을 경우 자연 증가된 차량으로 인해 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 실례로 8월 집중호우로 혼잡통행료 징수를 일시 중지했을 때 통행량이 혼잡통행료 도입 이전보다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혼잡통행료 징수로 인한 교통수요 억제효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입증됐다.

서울시는 앞으로 교통혼잡이 극심한 지역을 교통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승용차 교통을 줄여나가고 혼잡통행료 제도의 문제점도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 그 하나로 징수대상 차량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과의 일관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주로 승용차로 사용되고 있으나 승합차에 속해 혼잡통행료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 레저용 차량에 대한 통행료를 받음으로써 징수의 형평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장애차량 등 교통약자에 대한 통행료 감면은 계속 유지된다.

도시교통 문제는 더 이상 시설 공급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싱가포르, 미국 뉴욕의 링컨터널, 노르웨이의 베르겐과 오슬로 등도 혼잡통행료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최근 영국에서는 런던 시내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에서 통행료를 징수해 대중교통 개선에 사용하기로 했다. 교통환경과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용에 비해 사회적 편익이 낮은 교통수단 이용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새로운 발상과 철학이 보편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차동득(서울시 교통관리실장)

▼반대-교통난 근본해결없이 돈만 챙겨▼

1996년 11월11일부터 시행한 서울 남산 1, 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는 4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혼잡통행료를 면제해 오던 7인승 이상 10인승 이하 차량에 대해서도 내년 1월1일부터 혼잡세를 부과하려 하고 있다.

도로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절차 세가지가 취해지는 것이 선진국의 관례다.

첫째는 도로 확장, 신호등 개량과 가변차로제 등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지하철과 버스를 연계해 공급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승용차로부터 승객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방법도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취하는 최후의 방법이 수요 관리로 수요 발생을 억제하는 소위 혼잡통행료 부과다. 우리는 첫째와 둘째 방법을 통해 충분히 노력해보지 않은 채 바로 마지막 수단으로 들어왔다.

순리적인 절차의 무시는 일반적으로 시민을 무시하는 관료주의에서 비롯된다. 눈에 띄는 개선도 없이 일방적인 제도의 강행은 시민에게 체념과 불편을 강요하고 사기만 떨어뜨린다. 교통량의 감소도 실패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관의 ‘돈벌이’가 목적이 아닌가 하는 비아냥을 낳고 만다. 자동차에 매겨지는 공과금 세금 잡비는 국가 세수의 거의 20%에 이르는데 혼잡통행료까지 징수한다. 처음 소리 높이 외치던 소통의 원활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 채 돌이키기 어려운 또 하나의 ‘세금’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하나의 도시교통체계 속에 연계시키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환승 운임의 면제 또는 할인, 환승 시설의 건설, 버스의 정시 운행은 절대 필요한 과제다. 교통체계는 언제쯤 개선이 이뤄질 것인가. 혼잡비용으로 징수된 비용은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 것인가.

더구나 정부와 사울시는 국민 모두가 서울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서울 인구 집중화 정책을 쓰는 것 같이 보인다. 주민이 2배 내지 3배로 증가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는 재개발 사업이 도처에서 무차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교통 문제의 진정한 원인은 인구 집중에 있다. 한편에서는 교통량을 늘리면서 한편에서는 또 교통량을 줄이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탓에 우리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시민들의 주머니만 계속해서 가난해질 뿐이다.

서울시는 이제 다인승 차량의 권장마저 포기하려고 한다. 다인승 차량을 우대함으로써 도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당초 혼잡통행료 부과의 목적이 통행료 수입만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교통 체계 문제를 외면한 채 계속 수입이나 늘리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혼잡통행료 폐지를 고려하겠다던 민선 시장의 공약대로 이 기회에 차라리 혼잡통행료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박병소(서강대 명예교수·전 대한교통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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