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 수 없나요?]덕수궁길 주말 차량통제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50분


《마음놓고 한가로이 걸을 만한 곳이 드문 서울의 도심. 그 중에서 널찍한 보도블록에 촘촘히 가로수를 심어 장식한 덕수궁길은 많은 서울시민들이 ‘걷고 싶은 길’로 손꼽는 곳이다. 하지만 이 역시 보행자만의 길은 아니다. 좁은 차도에는 통행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로 인한 소음과 매연은 여전히 보행자들을 괴롭힌다. 또 길가에는 발길 붙들만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정동극장 외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아 귀한 쉼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말만이라도 차량통행을 막고 문화행사와 여가시설을 곁들여 시민들이 오랫동안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보행자 천국’으로 만들면 안될까.》

민만기(閔萬基·33·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9월30일 ‘걷고 싶은 길’로 새 단장한 덕수궁길(대한문∼경향신문·9백m)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보행자 위주로 설계된 길이다.

서울시는 설문조사에서 ‘덕수궁길을 찾는 사람 10명 중 4명은 통행이 아니라 고궁방문이나 산책 등 휴식을 목적으로 한다’는 결과에 따라 시민들의 ‘보행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이 길을 새로이 조성했다.

보도 폭은 2∼5m에서 8m로 늘렸지만 차도폭은 10m에서 7m로 줄였다. 그리고 도로는 가능한 자동차 통행이 불편하도록 설계했다. S자형에 50m 간격으로 10개의 험프(과속 방지턱)를 설치, 시속 20㎞이상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험프도 일반적인 것과 달리 두께 10∼12㎝의 아스팔트를 3.6m 길이로 도로 위에 덧씌운 형태의 초대형. 이런 불편함을 통해 차량통행을 억제하려는게 목적이다.

예원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이두리양(15)은 “이 거리에서 행위예술가들을 만나고 돌담에 그럴듯한 벽화가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요청대로 문화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말 차량통행 금지에 대해서는 △경찰청측이 주변 도로의 체증이 가중된다며 난색을 표명하는데다 △차없는 거리로 만들 경우 슬럼화 할 우려가 있다는 인근 학교와 교회의 지적도 있어 어려운 형편이라고 답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 이 도로의 차량통행을 자제, 이 거리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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