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낯선 상의하달 기업문화

  • 입력 1997년 3월 15일 08시 08분


타국에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다. 독일에서 1년여 공부하고 9개월전에 이곳에 왔으니 한국은 내가 미국을 떠나 두번째로 사는 나라다. 한국말을 못하는 것은 나에게 최대의 핸디캡이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전화를 걸고 길을 묻는 일처럼 그동안 아무 어려움없이 해왔던 단순한 일들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지금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가 몇명 있다. 서울은 사람을 활발하게 사귈 수 있는 매우 역동적인 곳이다. 한국인들도 외국인을 사귀는데 예전보다는 수줍음과 불안감을 덜 느끼는 것같다. 국제적으로 친구를 사귀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들의 기본 습성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이곳에서 더많은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적응해야할 부분도 있다. 그 중의 어떤 것은 잘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어떤 것은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 서울의 인구과밀과 비싼 집값 때문에 워싱턴에서 살 때보다 훨씬 작은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 이곳에서 나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교통혼잡으로 거리에 갇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짜증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해와 황량한 도시미관에는 어느 정도 적응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나는 왕궁 절 공원으로 상징되는 고요한 한국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것은 40년의 급격한 경제성장의 산물인 산업화된 현대국가였다. 한국에 살면서 해내야 할 또다른 일은 한국의 기업문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일처리가 되는, 덜 위계적인 미국의 노동조직에 익숙해 있는 나에게 수천년에 걸친 유교전통에서 배태된 한국의 상의하달식 업무구조는 낯설다. 9개월여 일하면서 나는 이런 전통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국제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유교에 영향받은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리라고 믿는다. 물론 세계화가 더욱 진전됨에 따라 한국기업들도 세계수준의 경쟁력있는 기업이 되는데 필요한 최적의 기업관행들을 받아들이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마크 쉬로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