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신사' 차인표, 술집아가씨에게도 존대말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57분


스타들은 어디서, 어떻게 술을 마실까.

스타 중에는 의외로 조촐한 포장마차를 좋아하는 ‘소주파’들이 많다. 하지만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포장마차나 호프집에 가면 마음 편히 술 한잔 마시기 힘들다.

이 때문에 술값이 많이 들더라도 할 수 없이 가라오케나 룸살롱 등 방이 있는 은밀한(?) 장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잘 나가는 스타의 경우 술집에 가서도 아가씨들은 물론이고 웨이터, 주방 아줌마, 카운터 언니나 그들의 친척 아이들 것 까지 수십 장을 사인해 줘야 하지만, 그렇다고 술값을 깎아주는 법도 없다. 행사나 사인회에 가서 사인해주면 돈이라도 받지만 술집에서 자기 돈 내고 술 마시면서까지 사인을 해줘야 하니 스타도 참 피곤한 직업이다.

심지어 어떻게 해서든 스타의 단골 술집을 알아내 찾아오는 극성 팬도 있다.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가수 A군의 경우, 골수 여성 팬이 A군의 단골 술집에 찾아와 마담에게 그 가수가 있는 방에 넣어달라며 일일 ‘나가요’(유흥업 종사 여성의 속칭)’를 자청한 적도 있다.

스타들마다 술 마시는 스타일은 각양각색이다. 영화 배우 박중훈이나 가수 김건모는 ‘MC 형’. 술자리에서 늘 좌중을 웃기며 분위기를 리드해간다. 반면 장동건이나 한재석처럼 오로지 노래만 불러대는 ‘언더그라운드’(술집은 대부분 지하실이니까) 가수 스타일도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신현준, 정우성 등은 이 자리 저 자리를 분주히 옮겨다니며 술자리를 즐기는 동네 이장아저씨 스타일이고, 이정재, 배용준, 송승헌 등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술을 마시는 ‘바둑기사’형이다.

능청맞은 농담으로 은근히 술자리에서 사람들을 웃기는 스타일은 영화 배우 정준호, 그저 술이 좋아 두주불사로 마시는 스타는 안재욱, 김민종이다.

윤다훈, 주영훈, 구본승 등은 각종 개인기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손지창, 류시원, 한석규 등은 술을 한 잔도 못 마시는 ‘콜라파’이고 터프가이 김보성은 술에 취하면 발차기 시범을 보여주는 무술감독 스타일이다.

영화배우 안성기는 집에 있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술집을 아예 안 간다는 애처가다. 반면 술집에는 가지만 자세 한 번 흐트러지지 않고 아가씨들에게 깍듯하게 존대말을 쓰며 예의를 지키는 대표적인 신사는 차인표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술집에서 ‘뜨는’ 노래는 얼마 후에는 반드시 뜨고 술집 아가씨들이 요즘 배우 누가 괜찮더라,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배우는 정말 스타가 된다. 심지어 음반 제작자 중에는 음반이 나오면 술집에 가서 아가씨들에게 모니터를 시키고 타이틀 곡을 정하는 사람도 있다.

몇달 전까지 술집에 가면 원빈하고 안 친하냐며 한 번 데리고 오라고 난리더니 요즘은 영화 <친구>가 터지자 장동건이나 유오성하고 같이 오라고 성화다.

다음 달이면 또 누구 이름을 외쳐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김 영 찬(시나리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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