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울며 겨자먹기'로 제작한 대박 앨범 '연가'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52분


요즘 음반 시장에서 판매량 1위 앨범은 조성모도, god의 앨범도 아닌 ‘이미연의 연가’다.

히트 발라드곡들을 묶은 옴니버스 앨범 ‘연가’는 콤필레이션(편집) 음반 사상 가장 많은 125만세트가 팔렸다. 지금도 하루에 1만세트 이상이 팔려 150만 세트 돌파는 시간문제란다.

이 음반이 이렇게 많이 팔리자 정작 그 수록곡들이 실린 가수들의 정규 앨범이 안 팔린다며 다른 제작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앨범을 보며 누구보다도 속이 쓰린 사람은 ‘연가’를 찍어내고 있는 D레코드 사장이 아닐까 싶다.

당초 D레코드는‘연가’의 유통뿐만 아니라 제작도 직접 맡으려고 했었다.‘연가’를 제작한 GM의 김광수 사장도 처음에는 직접 제작할 생각은 없었고 D레코드측에 적은 돈을 받고 기획 자체를 팔아넘기려고 했었다.

하지만 D레코드는 기획실 직원들이 “위험 부담이 크다”며 앨범제작을 반대하자 결국 유통만 맡기로 한 것. 이 때문에 김광수사장이 할수 없이 ‘연가’의 제작을 떠맡았는데 예상치 못한 떼돈을 벌어들이자 요즘 싱글벙글 하고 있다.

그 이후로 D레코드사에는 기획실에서 올라오는 기획안은 모조리 반려시켜야 하고, 기획실이 반대하는 기획들만 진행시켜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다.

김광수사장은 일찍이 인순이, 김완선, 김종찬, 김민우, 윤상 등의 히트 가수를 배출해 ‘미다스의 손’을 가진 제작자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도 수 년 전,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PD수뢰사건’과 관련, 주범(?)으로 몰려서 한동안 여의도를 떠나 있었고 그의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들까지 방송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소위 ‘망한 제작자’였다.

한 때 빚이 10억원이 넘었던 그가 한 방(?)에 일어설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신인 가수 조성모의 판을 제작하면서부터다.

유승준의 뮤직 비디오 ‘나나나’를 우연히 본 그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가수가 나오지 않는 최초의 뮤직 비디오인 조성모의 ‘투 헤븐’을 기획했다. 그 후 이어져 나온 조성모의 음반은 모두 800만장이 넘게 팔려 그를 준 재벌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누군가는 ‘운이 좋다’고 하지만 그의 성공이 단순히 하늘이 도왔기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연가’를 제작할 때 그는 이미 선곡이 끝나 공장에 노래 리스트가 넘어가고 난 후에 영화 ‘공동 경비구역 JSA’를 봤다고 한다. 영화를 본 후 그는 즉각 공장에 연락해 작업을 중단시켰다. 그리고는 JSA에 나오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의 판권을 사서 이 앨범에 추가로 수록했다. 그만큼 그는 대중의 기호와 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감각을 지녔다.

최근 매스컴에도 자주 얼굴을 비치던데, 그의 탁월한 음악적 감각이 대학 시절, 허슬 동아리였던 댄스 팀 U.C.D.C에서 활동했던 경력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비밀을 공개해도 실례가 되지는 않을지.

김영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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