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의 TV읽기]MBC<생방송 퀴즈가 좋다>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00분


우리들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퀴즈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다. 심심풀이 퍼즐퀴즈, 골라잡는 경품퀴즈, 속전속결 ARS퀴즈, 각종 라디오 인터넷 텔레비전 퀴즈쇼까지…. 퀴즈에 살고 퀴즈에 죽는 이른바 ‘퀴즈 마니아’들은 오늘도 열심히 문제를 푼다.

사람들이 퀴즈에 편집증상을 보이는 것은 경품에 눈이 어두워서만이 아니다. 그것은 “나에게 퀴즈를 한번 내봐, 알아맞춰 볼테니”하는 지적 카타르시스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경마장에 떼돈 벌려고 가는 것만이 아니듯이 퀴즈쇼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짜릿한 지적 게임을 즐기고 싶어한다.

퀴즈푸는 재미와 극적인 긴장감, 그리고 분위기를 돋구는 ‘돈의 미학’을 알려면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10분에 방영하는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를 보면 된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는 IMF 시대를 맞아 한동안 사라졌던 시청자들의 ‘퀴즈사랑’을 다시 복원시킨 프로그램이다.

우선 이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것은 기존과 차별화된 게임방식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 퀴즈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데다 사회자와 출연자가 일 대 일로 맞상대하는 장면이 흥미를 자극한다.

여기에 감정의 상승을 고조시키는 단계별 문제풀이와 그에 따라 배로 뛰는 상금액수들은 참여자나 시청자나 퀴즈푸는 맛을 배가시킨다. 사회자 임성훈의 재치있는 진행과 시청자 ARS 참고, 즉석에서 전화로 도움청하기, 6단계에서 7단계로 갈 때 결정해야 하는 이른바 ‘고―스톱 고개’ 등도 퀴즈푸는 재미의 맛깔스런 양념 역할을 한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 출연자들은 대개 약간의 여유있는 미소와 무덤덤한 표정을 보이고, 문제를 맞추었을 때 욕심어린 표정들을 지우고 있다. 이런 반응은 요컨대 SBS ‘도전 퀴즈퀸’(월∼금 오전 9시)에 출연하는 가정주부들의 반응과 사뭇 다르다. ‘도전 퀴즈퀸’의 주부 출연자들이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처럼 전광판에 찍힌 돈의 액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생방송 퀴즈가 좋다’의 출연자들은 비교적 태연하려고 애쓴다.

왜 그럴까? 생방송과 녹화 방송이란 차이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퀴즈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고급스러움과 깔금함, 그리고 여유로움의 감정을 유도하는 것이 ‘생방송 퀴즈가 좋다‘의 주전략이다.

이 프로에 출연하기 위해 요즘도 한 주일에 8000여명 정도가 신청한다고 한다. 옛날 ‘장학퀴즈’의 향수를 간직한 나같은 386세대들에게 쓸데없이 벤처사업의 ‘대박신화’나 꿈꾸지 말고, 사람 더 몰리기 전에 한 번 참가할 것을 권하고 싶다. 퀴즈로 세상을 알 듯이 세상의 꿈도 다 퀴즈 같은 것이 아닐까?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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