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칸의 최민식-유지태 “남우주연상요? 받으면 좋죠”

  • 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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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7회 칸 국제영화제 주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 인근의 해변에서 기분좋은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최민식(왼쪽)과 유지태. 최민식은 유지태에 대해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느끼려고 하는 배우”라고 말했고, 유지태는 최민식에 대해 “나 스스로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칸=이승재기자
제 57회 칸 국제영화제 주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 인근의 해변에서 기분좋은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최민식(왼쪽)과 유지태. 최민식은 유지태에 대해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느끼려고 하는 배우”라고 말했고, 유지태는 최민식에 대해 “나 스스로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칸=이승재기자
영화배우 최민식과 유지태에게 공통적으로 ‘2’라는 숫자는 제57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와의 묘한 인연을 보여준다.

최민식은 2002년 감독상(임권택)을 받은 ‘취화선’에 이어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올드 보이’(박찬욱 감독)로 두 번째 칸을 찾았다. 올해 처음 칸에 온 유지태는 경쟁부문에 오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 감독)와 ‘올드 보이’ 등 두 작품에 출연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두 편의 영화로 칸을 찾은 배우는 유지태와 홍콩 여배우 장만위(張曼玉) 둘 밖에 없다.

‘2’라는 숫자는 두 배우에게 어떤 운명적 사건을 가져다줄까. ‘쪽빛 바닷가’라는 별명이 붙은 지중해 칸 해변에 기분 좋은 햇살이 쏟아지던 14일 낮(현지시간), 두 사람을 만났다.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전날 밤 도착한 두 사람은 “좋은 꿈을 꿀 새도 없이 잠에 곪아 떨어졌다”며 웃었다. 최민식은 “상(남우주연상) 받으면 좋죠, 좋아. 근데 여기선 마음을 비워야 해요”라며 “경쟁부문 작품 19편 중 애니메이션이 2편이니까 일단 경쟁률이 17 대 1로 줄어드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반면 유지태는 “수상이요? 정말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라며 차분하게 말문을 연 뒤 “뭐, 난 솔직히 덤덤해요. 이런 축제에 식견 넓히려 왔다는 생각이 들 뿐이죠. 부산영화제나 칸영화제나 저에겐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요”라고 했다.

지금 칸에선 경쟁부문에 동시 진출한 한국영화 두 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할리우드에서 발행하는 영화 전문지 ‘무빙 픽처스’는 칸영화제 특집호에서 ‘새로운 이름, 새로운 팀, 새로운 비전(New Name, New Team, New Vision)’으로 이번 영화제를 요약한 뒤 그 첫 사례로 박 감독의 ‘올드 보이’를 들었다. 또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13일자로 발행한 칸영화제 특별 섹션에서 한 페이지를 할애해 한국의 홍 감독을 소개했다.

유지태는 “온 지 얼마 안돼 이곳 반응은 실감나지 않는다. 프랑스 말을 통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소수 작가주의 영화를 표방하는 홍 감독님의 영화와 작가주의-흥행을 함께 노리는 박 감독님의 영화는 자신의 영역에서 대중과 호흡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두 영화가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최민식은 “이제 칸에서는 작품성 있는 예술영화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스타일 면에서도 굉장히 영화적이고 완성도 높은 웰 메이드 영화에 눈길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해변에서 박 감독과 함께 칸에 온 박 감독의 딸 서우(10)에게 코믹하고 예쁜 사자그림을 그려줬다. 칸에서 발행된 영화 잡지를 뒤적이던 그는 아스팔트 위에 누워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남녀를 담은 미국영화 ‘스테이트사이드(Stateside)’의 포스터에 시선을 고정시키더니 “이거야, 바로 이거야”라며 고함을 지르며 크게 웃었다. 또 옆에 있던 강혜정(‘올드 보이’에서 딸로 출연)에게 “딸아. 넌 왜 영화 끝나니까 연락 한번 안하니? 너무 한 거 아냐?”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유지태는 해변을 돌아보더니 머리가 벗겨진 검은 선글라스의 한 백인을 가리키며 “어, 니컬러스 케이지 아냐?”하며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내 “에이, 아니구나…”하며 웃었다.

두 사람은 편안하게 칸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민식은 한국 영화에 주목하는 이곳 칸의 분위기에 대해 “우리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이해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냥 선보이는 거죠. ‘우린 이렇게 만들었다. 당신들이 보니 어떠한가’하는 자체가 ‘소통’인 거죠. 그들이 ‘이게 도대체 뭐냐?’고 반문한다면 그런 반응 자체가 재밌는 것 아녜요. ‘우이, 지들이 머리가 나쁜 거면서’하고 말면 되는 거지…”하며 여유를 보였다.

최민식은 폐막일인 23일까지 머물 예정이며 유지태는 ‘여자는…’ 시사와 기자회견을 마친뒤 18일 서울행 비행기를 탄다.

칸=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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