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천년호' 정준호 "천년 함께 할 사랑 찾습니다"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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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정준호는 유난히 사람 욕심, 작품 욕심이 많다. 그는 “일단 연애를 하면 그 친구가 다음 생에서도 다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남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훈구기자
영화배우 정준호는 유난히 사람 욕심, 작품 욕심이 많다. 그는 “일단 연애를 하면 그 친구가 다음 생에서도 다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남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훈구기자
○천년호

그가 통일 신라말기를 배경으로 한 무협멜로 영화 ‘천년호’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였다. 그의 이름 석자는 이미 영화계에서 코미디 또는 로맨틱 코미디에 관한 한 흥행의 보증수표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문의 영광’ 이후 코미디 시나리오만 수십 편 들어왔고 그 장르가 흥행이 쉽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죠. 하지만 관객 취향만 따라 가다보면 배우로서 한계에 부딪힙니다. 애절한 사랑 연기로도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고목처럼 기우는 신라를 지탱하는 장군 비하랑(정준호)과 그의 연인 자운비(김효진)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이들의 사랑은 1000년 전 박혁거세에 의해 제거된 아우타가 자운비의 몸을 빌려 부활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8개월간의 중국 로케이션을 통해 한·중 합작으로 제작됐으며 순수제작비는 60억원. 15세 이상 관람 가.

○비하랑

“천년 사직을 지킨다는 게 모두 헛된 것이다. 당신 하나를 지키지 못하는 데….”

아우타의 혼이 자리한 자운비를 차마 죽이지 못한 채 울부짖는 비하랑의 대사. 정준호는 “‘천년호’를 선택한 것은 남자로서 내가 비하랑의 번민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도 그런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일본 영화 ‘실락원’의 정사(情死)와 ‘글래디에이터’에서 러셀 크로의 슬픈 눈빛을 떠올렸다고 했다.

“비하랑의 마음은 현실의 나와 멀지 않아요. 죽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자운비

극중 비하랑과 자운비의 농도 짙은 사랑을 찍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하는 김효진 측이 강도 높은 베드신을 꺼렸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떠나기 전 그는 김효진의 어머니를 만났다.

“효진씨 좋은 배우가 될 겁니다.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책임지겠습니다.”(정준호)

“…. 준호씨만 믿고 보낼께요.”(김효진 어머니)

사실 여배우를 설득하는 일이 배우의 몫은 아니다. 그래서 제작사인 한맥영화 김형준 대표는 “준호씨는 주연배우이면서 제작자”라고 말했다.

○최백두

그는 올해 3월 ‘주머니 필름’을 창립해 영화 제작을 겸하고 있다. 창립 작품 ‘동해물과 백두산이’(12월31일 개봉 예정)에서 주연(최백두 역)을 비롯, 투자와 제작까지 1인3역을 맡았다.

“정말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습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겨도, 제작비가 더 들어가도, 투자자의 항의를 받는 것도 모두 제몫이더군요.”(웃음)

○계두식

그는 한때 ‘미운 오리’였다. 서울 여의도 방송가에서 붙여준 그의 별명은 ‘조기종영.’ 1995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자마자 주말 드라마 두 편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모두 일찍 막을 내렸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혜성같이 나타났다 바람처럼 사라진’ 것이다.

영화? 2000년 데뷔작 ‘아나키스트’에 이어 ‘싸이렌’ ‘흑수선’까지 실패 쪽에 가까웠다. 그를 구해준 인물은 ‘계두식’. 그는 ‘두사부일체’에서 조폭이면서도 순수함을 간직한 두식 역으로 마침내 인기의 꽃을 피웠다.

“신인 시절 드라마 두 편이 내리 망했을 때 연기를 포기하려 했습니다. 사업, 취직, 이민도 생각해봤죠. 그때 부모님이 말하더군요. ‘뭘 하든 도와주겠다’고. 내 좁은 가슴으로는 그 넓은 가슴을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안시현 선수는요…

얼마 전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했으나 최근 미국에서 열린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29명 가운데 28 위에 그친 프로골퍼 안시현 선수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아마 안 선수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느낌일 겁니다. 전 누구보다 실패를 많이 해 봤어요. 시사회에 초대하고, 도움이 된다면 제가 1일 캐디를 해서 조언도 하고 싶어요. 안 선수가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박세리 선수처럼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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