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코엔형제 연출 ‘레이디 킬러’… 사기꾼 톰 행크스?

  • 입력 2004년 6월 1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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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이디 킬러(The Ladykillers)’는 ‘바톤 핑크’ ‘파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코엔 형제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2회 수상의 톰 행크스의 만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초창기 ‘스플래시’ ‘빅’ 등 코미디에 출연하다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은 행크스는 코엔 형제의 ‘초대’였기에 그동안 자신이 꺼려온 장르에 기꺼이 복귀했다. “이들 형제와 작업하는 것은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는 게 행크스의 말이다.

‘레이디…’는 1955년 제작된 동명의 코미디를 리메이크한 작품. 하지만 각본 감독 제작을 함께 맡은 코엔 형제는 기본 뼈대만 남겨놓은 채 캐릭터와 에피소드 등을 재구성했다. 스릴러에 블랙 유머를 담는 코엔 형제 특유의 매력은 여전하다. 달라진 것은 이전 작품의 배우들과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는 행크스의 색깔이 짙게 가미됐다는 점이다.

영화는 제목이 암시하듯 ‘레이디’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 미시시피주의 한적한 마을. 이곳에 자칭 바로크음악의 대가이자 애드거 앨런 포의 시를 곧잘 낭송하는 도어 박사(톰 행크스)가 찾아온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홀로 사는 흑인 할머니 몬순(일마 P 홀)의 집에 방을 얻어 연주회 준비를 한다며 4명의 친구들을 불러들인다. 이들은 지하의 연습장소에서 땅굴을 파고 들어가 카지노 금고를 감쪽같이 털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완전범죄의 성공을 눈앞에 둔 이들의 계획은 사소한 일로 꼬이고 몬순이 눈치 채면서 위기를 맞는다.

사기꾼 일당 VS 늙은 노파.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 긴장감 없는 상황을 영화적으로 팽팽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코엔 형제의 힘이다. 외견상 누가 강자이고 약자인지, 누가 킬러이고 희생자가 될지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잠깐 스치듯 지나간 영화의 복선은 엉뚱한 결말로 이어지고 노파를 죽이려는 사기꾼들의 시도는 계속 실패한다.

코엔 형제가 5인조 사기꾼과 몬순에게 부여한 독특한 개성은 이 작품이 만들어내는 웃음과 풍자의 원천이다. 어릴 때 받은 어머니의 학대를 기억하고 있는 바람잡이꾼 흑인, 동양계 폭파설계 전문가, 위기 상황이면 설사를 해대는 굴착전문가, 순진하지만 지능지수가 떨어지는 굴착 조수 등 도어 박사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프로를 자처하지만 비정상적이거나 약한 구석이 있는 인물들이다. 예상이 가능한 결말이지만 치밀한 머리와 능수능란한 세 치 혀로 무장한 도어 박사조차 최후의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코엔 형제의 이전 작품과 비교할 때 캐릭터를 살린 코미디 요소는 강해진 반면 웃음을 뛰어넘는 깊이가 아쉽다.

행크스와 연기 대결을 펼친 몬순 역의 홀은 이 작품으로 이번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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