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 오해와 진실 Q&A]Q: 말기암 때 주로 사용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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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과거 패전 마무리투수 역할… 요즘 당당한 선발 요원으로

《 방사선이 몸에 안 좋다며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방사선은 꼭 필요하다. 진단할 때나 암을 치료할 때 사용한다. 의료에 사용되는 방사선에 대해 일반인이 잘못 아는 내용을 올해 30주년을 맞는 대한방사선종양학회와 함께 Q&A로 풀어본다. 》
허원주 동아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허원주 동아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Q. 방사선 치료는 말기 암 환자에게 주로 적용하는 치료법이라고 들었습니다.

A.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간혹 패전처리 투수가 등장하지요. 한쪽의 일방적인 우세로 경기가 9회쯤 접어들면 패전이 확실시되는 팀의 감독은 경기를 포기하는 심정으로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킵니다. 신인급 투수의 경험을 살려주는 배려 차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과거에는 암 환자의 암세포가 전신에 전이돼 시한부 판정이 나면 증상 완화 목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해 주곤 했습니다. 마무리 차원의 패전 투수 역할을 많이 떠맡았던 셈이죠. 실제로 20년 전 동아대병원이 방사선종양학과를 개설할 당시 진료실 배치도를 보면서 실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치료 방사선과의 위치가 영안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습니다. 영안실에 안치되기 전에 마무리 작업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듯한 느낌을 줬지요.

최근 20년간 방사선 치료는 최첨단 선형가속기의 개발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발전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습니다. 패전 마무리 투수가 심기일전해 당당하게 선발요원으로 투입되는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암 환자의 전신 상태가 동일할 경우 방사선 치료가 수술 효과에 필적한다는 보고도 더는 낯설지 않게 됐지요.

어느 정도 진행된 암도 수술과 항암치료를 방사선 치료와 병행하면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완치율이 높습니다. 이제 이러한 복합치료법은 암 치료 분야의 상식이 됐습니다. 특정 치료만을 고집하는 독불장군 시대는 지나간 것이지요.

여러 분야의 암 전문의들도 선택 가능한 치료법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해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권하는 것이 일반화됐습니다. 부위에 따라서는 방사선 치료가 선발요원으로 투입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허원주 동아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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