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페이스북 마찰 없는 공유와 트위터 격렬한 논쟁 차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듣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요? 아, 친구에게 물어보면 되겠군요. 친구가 옆에 없다면?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됩니다. 친구가 듣고 있는 음악이 ‘피드’라는 형태로 소개되거든요. 친구가 내게 일부러 알려줄 필요도 없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고, 뉴스를 읽는 모든 행위가 자동으로 공개되니까요.

페이스북은 이런 형태의 개인정보 공개를 ‘마찰 없는 공유(frictionless sharing)’라고 부릅니다. 사용자가 굳이 친구들에게 “나 이런 음악 듣고 있어”라고 알리거나 “오늘 이런 기사 읽었어”라고 하지 않아도 설정만 ‘공개’로 해두면 자동으로 자신의 활동을 알릴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즐겨 듣는 최신 유행가, 오늘 아침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따끈따끈한 뉴스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셈이죠.

멋진 기능입니다. 하지만 개인정보 수집 및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개인이 공개 설정을 할 수 있으며 이런 정보 공개를 통해 얻는 이익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마찰 없는 공유가 ‘마찰이 일어날 수 있는 공유’보다 훨씬 덜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미술관을 생각해 보죠. 미술관에 걸린 그림은 예술가의 영혼과 땀과 열정이 스며든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림은 그냥 소개되지 않습니다. 미술관 큐레이터가 전시된 작품들에 맥락을 부여하고, 때로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를 발굴해 대중에게 소개하기도 하죠. 그들이 없으면 예술가들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트위터와 비교해 봅시다. 페이스북은 세계적으로 트위터보다 훨씬 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고 국내에서도 사용자 수가 트위터 사용자 수에 못지않습니다. 그런데도 트위터는 여야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정치활동 무대가 됐는데, 페이스북은 별로 화제에 오르지 못합니다. 저는 그 차이가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 때문이라고 봅니다. 트위터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트윗을 써 올리거나 리트윗(RT)을 해서 남의 의견을 전파해야 합니다. 모두 수작업입니다.

반면 마찰 없는 공유를 목표로 삼는 페이스북에서는 사용자가 스스로 공유를 결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굳이 의도적으로 공유하지 않아도 이러저런 활동이 친구들에게 알려집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이런 마찰 없는 공유를 최대한으로 늘리려 합니다. 사용자가 인터넷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수집해 자동으로 친구들의 판단 근거와 추천 대상으로 삼기 위한 것이죠.

그러니까 트위터에서 사람들은 미술관의 큐레이터입니다. 핵심 역할을 맡은 겁니다. 반면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은 컴퓨터 시스템이 큐레이팅하는 개별 작품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사용자가 서비스에 참여하는 밀도가 다르니 트위터가 페이스북보다 반응도 격렬하고 논쟁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트위터의 방식이 인간적이란 얘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마도 트위터 역시 지금 이 순간 마찰 없는 공유를 고민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기계가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사람들의 작은 의도까지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건 없을 테니까요.

추운 연말입니다. 마찰은 껄끄럽지만, 격렬해지면 추위에 버틸 수 있는 불씨를 피워주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기계와 인터넷에 대한 의존을 올해보다 좀 더 줄여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기술은 우리를 반대 방향으로 몰아가겠지만 말이죠.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