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앱 ‘컬러’ 기대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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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돈 한 푼 벌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계획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4100만 달러(약 456억 원)를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벤처기업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화제입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컬러’(color.com). 회사 이름과 동일한 ‘컬러’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투자자 가운데는 세쿼이아캐피털이라는 유명 벤처캐피털도 포함돼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 유튜브, 시스코, 야후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던 회사인데 구글에 투자할 때보다 더 많은 액수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얼 만들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궁금해서 컬러 앱을 제 스마트폰에 설치해 봤습니다. 앱을 내려받고나자 제 이름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다른 서비스처럼 e메일 주소를 등록할 필요도 없고, ID나 비밀번호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기능도 단순합니다. 그저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게 전부입니다. 여기까지는 카메라 기능과 똑같습니다.

컬러가 차별화되는 순간은 사진을 찍고 나서부터입니다. 이 서비스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서비스죠. 그런데 친구를 맺는 방법이 다릅니다. e메일로 친구 신청을 받거나 트위터처럼 ‘팔로어’하는 게 아니라 ‘근처에 있는 사람’이 정보를 나누는 친구가 됩니다.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확인해 반경 100m 식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컬러 사용자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죠. 처음에는 내 사진을 노출시키는 데 반감이 들었고 남을 훔쳐보는 ‘관음증’ 같은 느낌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써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커피숍에서 친구를 불러 이 앱을 설치하게 한 뒤 함께 카운터를 촬영했습니다. 그러자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찍은 여러 사진을 제치고 그 카운터 사진이 가장 크게 표시됐습니다. 저와 제 친구 두 사람이 ‘비슷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비슷하게 생긴 물체’를 촬영했기 때문에 컬러의 프로그램이 이 사진을 중요하게 판단한 겁니다. 이것이 컬러의 핵심기술입니다.

컬러는 이렇게 스마트폰의 위치정보와 시간, 그리고 촬영된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SNS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사물을 ‘사람들의 관심사’로 소개하는 것이죠. 그래서 컬러의 창업자들은 이 서비스가 단순히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라고 설명합니다.

예컨대 드라마 촬영장에서 여고생들이 인기 배우의 모습을 컬러 앱으로 촬영하면 이 내용은 인근의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돼 ‘촬영이 근처에서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전해주게 됩니다. 컬러 창업자들은 최근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들로부터 e메일을 받고 있는데 피해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이 앱으로 촬영해 지진 피해를 알리는 데 쓸 수 없겠느냐고 문의했다는군요. 이들의 계획대로 서비스가 성장한다면 이는 새로운 방식의 영상뉴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컬러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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