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풀뿌리 과학]<4>세계 대학생들 ‘과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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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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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과학기술리더십협회(STeLA)’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올해 과제인 폭탄 추진체를 만들며 폭탄의 양면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STeLA
8월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과학기술리더십협회(STeLA)’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올해 과제인 폭탄 추진체를 만들며 폭탄의 양면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STeLA
“국제 평화를 위해 모든 폭탄을 없애야 합니다.” “아닙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폭탄은 필요합니다.” 8월 23일 일본 도쿄대 캠퍼스는 때 아닌 폭탄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과학기술리더십협회(STeLA)’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놓으며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STeLA는 2005년 미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꾸린 국제회의.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 투하의 아픔을 겪은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삼았다.

STeLA의 사례처럼 이공계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 최근 늘면서 과학문화 확산의 새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비 과학자로서 사회와 소통할 채비를 갖추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STeLA는 매년 주제를 정하고 대학생들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올해는 멀리 날아가는 모형 폭탄 만들기를 과제로 냈다. 학생들은 철과 실린더로 모형 폭탄과 추진체를 직접 만들었다. 폭탄의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폭탄의 양면성을 알게 됐다. 문제 해결력과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STeLA에 참가하는 일은 꽤 까다롭다. 자신의 관심사나 연구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기술한 영문 에세이와 인터뷰, 면접까지 거쳐야 한다. 올해 참가한 인원은 49명. 일본에서만 65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중국, 프랑스 대학생들도 지원했다. 전공도 이공계뿐 아니라 정치학, 경영학, 광고학 등 다양했다.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유두희 씨는 “일본 도쿄대에서 사람의 몸에 기계를 달아 근력을 높이는 생체역학기술을 공부했다”며 “회의에 참가하며 근력이 약한 노인에게 유용한 생체역학기술을 군사기술로 사용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 씨는 2월 도쿄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 삼성테크윈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해마다 열린다. KAIST 학생단체인 ‘과학기술과 사회통합을 위한 국제학생회의(ICISTS)’ 역시 매년 국제회의(ICISTS-KAIST)를 열고 있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융합’을 모토로 내건 만큼 주제는 미래 지향적이다. 이수상 ICISTS 회장(전기 및 전자공학과)은 “잠재력이나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ICISTS 임원들과 여러 차례 토론한 뒤 주제를 정한다”고 말했다. 올해 8월 열린 회의에서는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 나노생명기술, 기후변화가 주제로 올랐다. 중국 칭화대, 베이징사범대 등 해외 각국에서 온 대학생 130여 명이 주제별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김승욱 씨(경희대 생명과학과)는 “인공 장기를 만드는 데 나노기술이 사용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또한 나노 구조물이 독성을 가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는 일반 대중에게도 문을 열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이수용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이 학문과 지식의 통섭, 우주로켓, 기후변화를 주제로 대중 강연을 열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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