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국가경쟁력이다]<1>창의적 사고 어디서 나오나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수학-과학 지식이 창의적 해결 기반”

《인재는 나라를 이끄는 가장 큰 자산이자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모든 나라가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창의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무엇보다 창의적 사회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고 사회와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창의성이 국가경쟁력이다’ 기획을 통해 국내외 초·중등학교 교실과 대학의 연구실, 기업 조직에서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변화의 바람을 살펴본다.》

환경 경제 등 국가현안들 창의성 없인 해결 어려워

많이 가르치기 보다는 어떻게 가르치냐 중요

26, 27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 리베라호텔에서는 수학자와 생태학자들이 모이는 이색 세미나가 열린다. 주제는 한반도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의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과학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과 곤충, 수리 모델 등 분야별 연구에서는 이미 한국을 앞서 있다. 일본만 해도 15년 전 수학과 생태학 등을 통합한 수리생태학이라는 창의적 개념을 도입했다.

○ 경제위기 분석 등에도 활용

한국 학계는 선진국들의 연구를 넘어서는 방법을 ‘가상 생태계’라는 창조적인 모델에서 찾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개별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동식물 기후 사회 환경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른 가상의 생태계를 만들어 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이상희 박사는 “다른 나라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상 생태계를 만들어 복합적인 환경 변화를 파악하자는 데서 착안했다”며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가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데 쓰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창의성’이다. 수학을 포함해 과학과 인문사회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전체를 통합해 이해하면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해결책을 찾는 창의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환경 분야를 비롯해 첨단제품 개발, 경제위기 분석 등 최근의 국가 현안은 수학이나 과학 지식을 아우르는 창의성 없이는 접근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수학, 과학을 중심으로 한 창의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 창의성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져

미국 플로리다 주는 해마다 20억 달러에 이르는 흰개미 피해를 독창적 수학 모델을 사용해 해결했다. 최대 100m 깊이에서 생활하는 흰개미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동물학과 화학, 지질학, 사회과학 등 기존 지식을 총동원해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은 것. 한국 농촌진흥청도 수학 모델을 사용해 천적과 해충 간의 관계를 살핀 연구로 연간 수백억 원으로 추정되는 벼멸구 피해를 줄이고 있다.

비록 현재의 금융위기로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한때 세계 금융산업을 이끈 파생상품 역시 고도의 수학적 창의성이 만든 작품이다. 미국의 경제 중심 뉴욕의 월가에서 활동하는 수학자와 과학자는 한때 1000명을 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연구를 긁어모은 듯한 창의적 연구는 경제와 국가 안보에 필수이다.

하지만 꼭 수학 과학 수준이 높다고 창의성이 잘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국제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과학경쟁력 5위, 수학 과학 성취도는 최상위권에 올라있지만 정작 창의성에 기반을 둔 ‘혁신성’ ‘과학자와 엔지니어 경쟁력’은 30위권을 맴돌고 있다. 반면에 수학 과학 성적이 떨어지는 미국은 ‘혁신성’과 ‘연구자 경쟁력’ ‘과학 수학의 흥미도’ 등에서 한국을 훨씬 앞서 있다.

○ ‘왜’를 가르치는 교육 필요

창의 교육 전문가들은 “이제는 수학 과학 지식을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학 과학 수업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흥미를 잃지 않고 해당 지식이 왜 필요한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지식을 융통성 있게 결합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표적 창의력 경진대회인 미국 조지아대의 ‘미래문제 해결 프로그램(FPSP)’도 올해 ‘뇌물수수와 약물복용, 부패로 얼룩진 올림픽의 미래상’ ‘사이버 전쟁에 맞서는 방법’ ‘날로 늘고 있는 우주쓰레기 해결 방안’ ‘서로 다른 의료체계를 갖춘 나라들이 함께 전염병을 막는 법’ 등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한 질문들을 대거 출제했다.

영재교육 전문가 김명환 김연구소장은 “특정 과목에 치중하고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고 창의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며 “공교육도 지식 전달과 습득 위주의 낡은 교육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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