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수면]늦잠버릇 안 고쳐진다면…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고등학교 2학년인 현철이가 어머니와 함께 수면클리닉을 찾아왔다. 현철이는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나 학교에 지각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오전 10시가 되도록 일어나지 못하는 때도 있다.

오전 8시가 되면 어머니는 현철이를 깨우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 현철이의 생활을 보면 오후 5시경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 3곳에서 공부를 한 후 오후 11시경 귀가한다. 간식을 먹고 인터넷을 하다 보면 오전 2시를 넘기는 때가 많다. 그때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보내다 오전 3시가 넘어서 잠이 든다.

어머니는 일찍 자라고 재촉하지만 현철이는 자정이나 오전 1시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현철이처럼 통상적인 수면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증상을 ‘수면위상지연증후군(늦잠 증후군)’이라고 한다.

잠이 오는 시간대가 평균에 비해 뒤로 밀리는 증상이다. 청소년이나 젊은 사람 중 이런 증세를 가진 사람은 16%에 이른다. 쉽게 잠들지 못한다는 점은 불면증과 유사하지만, 수면시간대가 지연될 뿐 잠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저녁형 인간’에게 흔히 나타나고 유전적 요인도 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의 주기는 24.18시간인데 청소년기에는 25시간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잠이 오는 시간대가 늦어진다. 또 청소년기에는 학업 외에 사회생활을 즐기려는 욕구가 증가하면서 잠이 오는 시간대가 늦어진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이 있으면 지각이나 결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힘들게 일어나서 학교에 가더라도 뇌가 완전히 깨지 않아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 이 증상을 초기에 고치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우리 몸의 수면·각성 리듬이 흐트러져서 생긴 것이므로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일어나는 시간을 주중과 주말에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을 걷어 방을 밝게 한다.

취침 시간을 정해 놓고 한 시간 전부터 잠을 자기 위한 준비를 한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조명을 어둡게 한다. 심야에 밝은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서 쉽게 잠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증상이 오래돼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면 수면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와 인공적으로 빛을 쬐어주는 광치료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홍범 의학박사·국제수면전문의 www.komok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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